물 한 바가지가 식물을 살려낸다

[ 여전도회 ]

정운애 원장
2013년 12월 09일(월) 14:59

한 주, 한 달, 그렇게 1년이 다가고 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최선을 다해서 한다고 했지만 좀 더 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정말 쉴 사이 없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쉼터를 건축하기 위하여 모금했던 일, 20명이 넘는 쉼터 식구들을 데리고 이사 다녔던 일, 새집에 와서 정리하고 새롭게 일을 시작 하던 일, 내담자들 지원하기 위하여 병원으로 법원으로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동분서주하며 뛰었다.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내담자들의 심신회복을 위한 심리상담이나 집단상담은 치료회복 프로그램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다. 이 많은 일들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다.
 
우리 식구들은 오랜 가정폭력에 시달려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피해의식이 많아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해 갈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말에도 힘들어 한다. 공동체 생활에서 식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단계단계 밟아가며 상담을 통해서 부모교육을 통해서 신앙지도를 통해서 조금씩 가르치며 하나씩 배워가게 하고 있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이론으로는 잘 알지만 내 문제에 갇혀서 상대의 아픔을 보지 못 할 때가 많다. 말 한마디로 인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서로 다투기도 하고 토라져서 자녀들을 나무라며 자신들이 피해자가 아니라 또 다른 가해자가 될 때도 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삐걱거리면서 맞춰가고 있으려니 이해하며 기다려 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마음 문이 열리고 따뜻하게 손도 잡아줄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알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기도와 기다림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며 알아가는 귀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포기한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긴 터널 속을 가는 것처럼 앞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숨 쉬는 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여전한 방식으로 우린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다.
 
날마다 사람을 대면 한다는 것이 피곤하고 힘든 일이지만 우리 식구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토닥거리는 것도 그저 사랑스럽고 이쁘기만 하다. 시들어가는 식물에 물 한 바가지 부어주면 금새 물이 올라 살아나는 것처럼 메마른 펌프에 마중물 한 바가지 부으며 펌프질하면 콸콸 물이 솟구치는 것처럼 우린 그렇게 이들에게 마중물 한 바가지다. 이들에게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중물 한 바가지다. 그래서 여수여성 쉼터가 위기가정 피해여성들의 단순한 피신처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도록 하며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도록 하여 주안에서 살아나고 회복하여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로 살아가길 바라며 오늘도 마중물이 되어본다.

여성쉼터 정운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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