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도…

[ 기자수첩 ] 기자수첩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12월 09일(월) 13:20
프란치스코 교황이 '밤에 몰래 교황청을 빠져나가 노숙인을 만난다는 소문'이 사실일 수 있다고 최근 미 허핑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추기경 시절부터 밤에 노숙인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함께 거리에 앉아 음식을 먹기도 했다던 행보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복음의 기쁨'이란 제목으로 직접 작성한 교황 권고문에서 "늙은 노숙인이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건 뉴스가 안되지만 주식시장이 단 2포인트라도 떨어지면 뉴스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황금만능주의의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도 그렇게 몰래 궁을 빠져나가 민심을 살피는 왕들이 있었다. 특히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유명했던 정조와 관련해서는 여러 일화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쌓을 때 인부들에게 '털모자'를 선물했던 정조는 부상자를 위한 병원을 설립한 것은 물론 치료 기간 중에도 급여 절반을 지급했던 것으로 전해져내려온다. 그 당시 정3품 이상의 양반만이 털모자를 쓸 수 있었다고 하니 정조의 행보가 얼마나 파격적이었던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교황의 빵'과 '임금의 털모자'에 담긴 그 마음,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물론 교회의 지도자들이 되새겨야 할 숭고한 가치가 아닐까.
 
지난 주말 노숙인ㆍ독거노인 무료급식 현장에서 만난 한 활동가는 "오늘 저녁에도 대부분의 독거노인들이 혼자 밥을 먹고 수백명의 노숙인들이 정릉천 일대에서 잠을 잘 것"이라며 "올해만 해도 이 다리밑에서 5명의 노숙인이 죽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말했다. "마지막에 온 그 손님이 예수님이실줄 누가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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