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을 설교하는가? 복음을 설교하는가?

[ 목회·신학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3년 12월 09일(월) 09:47

한국성서학연구소 학술마당 - 교회를 위한 성경해석
김경진 교수 로스ㆍ곽안련 선교사의 설교론 분석해 설명
"상황 따라 전도 대상자 문화로 설교"
오늘의 설교, 복음 떠난 '듣기좋은 내용'

목회자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설교(말씀 선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과의 상당 부분을 설교 준비에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목회자는 어떠한 내용으로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에 꾸준하게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특히 상황에 따라 설교 내용과 방법을 달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설교자는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게 된다.
 
한국성서학연구소(소장:장흥길)가 창립 22주년을 기념해서 개최한 학술마당을 '교회를 위한 성경 해석-성경에서 설교로, 설교에서 성경으로'를 주제로 최근 개최하고, 성경과 설교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주제에 따라 강성열 교수(호남신학대학교 구약학)와 권연경 교수(숭실대학교 신약학)가 구약과 신약으로 나누어 성경과 설교의 관계를 연구한데 이어, 김경진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설교ㆍ예배학)가 '본문을 설교할 것인가, 복음을 설교할 것인가?'를 제목으로 설교와 성경의 관계에 대해 발제했다.
 
우리나라 선교 초기 영향을 미친 로스 선교사와 곽안련 선교사가 선택했던 '탈본문' 설교에 대해 연구한 김경진 교수는 두 선교사의 설교가 성경 본문에 국한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설교하는 방식을 택했음을 소개하며 탈본문 설교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로스 선교사는 설교를 상황에 따라 했으며, 곽안련 선교사 또한 강도학(설교학)을 지도하면서 본문 설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실제적으로는 본문 설교와는 다른 '제목 설교'를 했다. 만주 지역에서 전도활동을 한 로스 선교사는 1903년에 출간한 '만주선교 방법론'에서 '노방 설교'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노방 설교는 서구의 기독교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선교지인 만주의 전역에서 일반적으로 경험되는 새로운 차원의 설교 방식"이라고 소개하며, "로스가 말하는 노방 선교의 의미에는 거리에서 선교사들이 말씀을 전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당 건물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접하는 전도대상자들에게 성경 본문을 읽고 찬송을 부르면서 설교를 할 수 없는 선교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 노방 설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본문이 없이 설교를 하게되고, 그 설교 내용은 전도대상자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를 접목한 설교내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노방 설교는 일방적인 강론이 아닌 대화식으로 이루졌다는 것으로 로스 선교사는 설명했다. 이같은 설교를 듣고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별도의 공간에서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노방 설교 즉 본문이 없는 설교가 설교로 받아들여질 수 있가에 대한 의문점에 대해 김 교수는 로스 선교사의 기록을 근거로 "노방 설교가 매우 의미 있는 만주의 설교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매우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면서 "바로 설교의 결론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로스 선교사의 저서에서 인용한 내용을 보면 "(노방 설교의) 주제는 진행에 따라 일어나는 사건이나, 청중의 어느 누구에 의한 일시적인 소견, 또는 순간적인 주목을 끄는 다른 주제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 대화를 시작하였든지 간에 결론은 언제나 인류의 구세주에 있었다"고 기록했다.
 
'제목 설교'를 제시한 곽안련 선교사의 설교도 탈본문 설교이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곽안련 선교사는 평양신학교에서 가르치면서 본문 설교가 제목 설교 보다는 좋은 형태라고 설명을 했지만 본인 스스로는 설교의 90%가 제목 설교였다. 김 교수는 "곽안련 선교사의 정의에 의하면 제목 설교란 성경 본문에서 제목만을 정하고 그 제목에 따라 대지와 소지가 구성된다"면서 "제목을 정한 이후에는 성경 본문은 큰 의미가 없으며 오직 제목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곽안련 선교사의 제목 설교 원칙을 △말씀에 기초한 설교 △인간 구원의 목적을 가진 설교 △청중을 감동시키는 설교 등으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발제의 뒷부분에서 '분문을 설교할 것인가, 복음을 선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현장과 상황을 반영하는 선교적 설교 △다원화의 사회 속에서의 복음적 설교로 나누어 답을 찾았다. 여기서 김 교수는 "선교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설교의 목적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대하여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그들은 언제나 인간 구원의 목적을 분명히 하면서 설교하였다"고 설명하며 설교의 마지막이 '예수 그리스도'였음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서 "오늘날의 설교는 대부분 성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성경을 떠난 설교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분석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들려지는 설교가 과연 복음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 세상의 이야기와 듣기 좋은 이야기, 성공 지향의 이야기 등이 난무하는 설교의 상황 속에서 과연 복음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반드시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의 발제에 앞서 '구약 성경에서 설교로'를 제목으로 발제한 강성열 교수와 '복음의 능력, 그리고 설교'를 제목으로 발제한 권연경 교수도 현재적 설교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적어도 하나님의 교회와 인류가 지상에서 존재하는 한 성경의 증언을 오늘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설교 사역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성경 해석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설교자는 이러한 일을 위해 부름 받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도 "설교자로서의 책임은 우리의 삶에서 복음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 이를 통해 우리의 선포에 새로운 생명력과 확신을 불어넣는 것, 그럼으로써 성도들의 마음과 삶에 생명과 부활의 하나님을 새겨 놓는 것"이라며 설교자의 사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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