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울음

[ 교계 ]

박영란 전도사
2013년 12월 02일(월) 10:54

대림절 기획 2.
  
나는 주일이면 24개월 미만의 아기들과 함께 예배한다. 충신교회 영아부는 아기들이 부모와 떨어져서 예배하는 부서이다. 주일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대부분의 교회는 찬양, 기도,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오겠지만 영아부 교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울음 소리'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울음 소리는 듣기에 그리 즐겁지 않을 뿐 아니라 계속 듣기 힘든 소리이다. 그래서 어른 예배에 아기들은 들어올 수 없게 하는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울음 소리를 계속 들으면 처음에는 아이를 걱정하다가 나중엔 짜증이 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 울음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울음 소리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엄마가 필요해요', '배고파요', '졸려요', '힘들어요', '이 사람은 누구에요?' 등 울음 속에 담긴 아이들의 이유 있는 항변을 알아듣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아기가 아니고서는 그 의미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멈추게 하고 싶은 소음일 뿐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입을 그저 막기 위해 힘쓴다. 사탕을 주고, 장난감을 주어서 이유가 어떻든 울지 않게 하면 된다. 하지만 엄마는 다르다. 엄마는 그 아이를 안고 어디가 아픈지 무엇이 불편한지를 살핀다. 힘들어도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눈치를 살펴가며 엄마는 아이를 달래는 데에 최선을 다한다. 아가들은 자신의 불편함을 스스로 말 할 수 없기 때문에 엄마는 아이에게 이렇게 저렇게 물어보고 말을 건네면서 아이의 불편한 상황을 살핀다. 그러다가 불편함이 사라지고  문제가 해결되면, 그리고 평안이 찾아오면 내가 언제 울었냐는 듯이 방긋방긋 웃는 것도 아가들의 특징이다. 필자는 이런 아기들과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우는 소리의 이유를 조금씩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서, 교사들로부터 "전도사님은 아가들을 참 잘 달랜다"는 칭찬 아닌 칭찬도 듣기도 한다.
 
내가 아가들을 잘 달래는 노하우는 그 울음 소리의 이유를 찾아 알아주는 것이다. " ~가 힘들었구나! ~을 하고 싶었구나!"하고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울음 소리가 점 점 잦아든다. 그리고 그 아이와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렇게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아주는 것은 소통의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어찌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겠는가!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편함이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표현하게 된다. 말을 할 수도 있고, 표정으로 무언의 항변을 할 수 도 있다. 그리고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 바라고, 그 불편함을  헤아려 주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문제들은 살피지 않고 조용해지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듯 은혜로 넘어가는 일이 허다한 것 같다.  가정에서든, 교회에서든, 사회에서든,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서로 다소의 갈등을 겪기 마련인데 항상 힘 있는 사람들은 힘없는 사람들이 그저 울지 않고 조용히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문제 상황이 생기면 그것을 덮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불편했던 속마음들이 어떤 것인지 헤아려주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심정처럼, 인간을 사랑하셔서 아들을 보내어 소통하기를 원하셨던 하나님처럼,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소통이 가능하다.
 
얼마 전 교회에 특강 강사로 오신 목사님께서 "그래. 그랬구나!"만 잘해도 불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아가들에게도 "그래. 그랬구나!"는 효과가 있었다. "엄마가 예배하러 가셨구나. 그래서 속상하구나. 엄마가 보고 싶구나! 그래 우리 엄마 빨리 오라고 하자. 엄마가 곧 오실거야!" 처음에는 의심스럽고 불편한 심기로 바라보던 아이의 표정이 반복해서 알아주고 안아주고 토닥거리면 어느새 마음을 열고 살그머니 울음을 그치고 품에 안겨서 평안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가 속한 교회, 가정에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표현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 가해자의 입장과 위치에 있을 지라도 "그래. 그랬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네. 얼마나 힘들었나요?"라고 다가서면 스스로 돌아보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연말이 되면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작업들이 한창이다. 한해를 돌아보면서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들을 살피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 한 때인 것 같다. 그래서 비록 날씨는 춥고 차가와도 마음만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영란 전도사/충신교회ㆍ영아부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