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사의 열등감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최승일 목사
2013년 11월 29일(금) 11:54

어느 목사가 담임한 교회는 부흥하지 못한 채로 여러 해를 지났다. 그래서 장로나 교회의 중직자들은 이 담임목사에게 여러 가지 압력을 가한다. 설교에 대한 비판도 하고 행정에 대한 불만도 터뜨린다. 심지어 담임목사의 아들이 대학에 떨어진 것마저도 위로는커녕 가십거리가 된다. 이런 일이 몇 해 반복되면서 이 목사의 마음은 눌리고 눌려서 얼굴에 기쁨이 사라지고 대신 굳은 표정이 그 목사의 이미지가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목회의 기쁨을 잃어갔다. 그저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교회란 항상 문제가 일어난다. 피로 맺어진 가정에서도 문제가 일어나는데, 각양의 사람이 모인 교회가 항상 평안할 리가 없다. 어느 단체에든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단체가 발전하고 부흥할 때에는 덮어지지만 침체될 때에는 증폭되기 마련이다. 청년들이 수련회를 갔다가 한 청년이 사고로 다리가 부러졌다. 이때도 화살은 담임목사에게 날아왔다. 목사가 기도를 적게 했느니, 교육부에 관심이 없느니 하는 비판이 들려왔다. 그럴수록 그 목사의 마음은 황폐한 사막이 되어갔고 그의 마음은 병이 들고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제 그 목사는 누가 자기를 나가라고 하지 않나, 누가 자기를 비난하지 않나, 비웃지 않나 하는 의심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런 생각대로 모든 관점이 움직여 나간다. 교인들이 웃으면 나를 비웃는 것이요, 웃지 않으면 역시 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을 심리학에서 '행동강화'라고 한다.
 
'행동강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교회 한 구석에서 젊은 여집사들이 모여서 담소한다. 무엇이 신나는지 웃으며 좋아한다. 그때 이것을 본 그 목사는 '흠, 저 사람들이 나를 비웃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일단 이렇게 생각을 하면 다음의 행동은 그 생각을 강화시킨다. 너무도 화가 난다. 그러나 무조건 뛰어들어 저들을 혼내줄 수는 없다. 그래서 살짝 옆으로 지나가는 척하다가 서서 말을 엿들어본다. 그런데 자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면 그 목사는 이제 '내가 괜히 오해했구나'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들이 어느새 눈치를 채고 말을 바꾸었구나. 이제는 웃지도 않지 않는가' 하고는, '다음에는 증거를 잡아 저들을 쫓아내고 말테다'하고 벼르게 된다. 일단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면 이제 모든 행동들이 그 생각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심한 열등감에 빠진 사람들은 남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다 자기를 깔보는 것이라고 믿게 된다. 그리고 그 믿음은 모든 해석을 그 방향으로 몰고 간다. 그래서 자신의 열등감을 더욱 강화시킨다. 이렇게 한없이 열등감이 강화된다.
 
이렇게 열등감에 휩싸여 행동이 강화된 그 목사는 드디어 위장병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위장병을 이유로 교회를 사임하고 말았다.
 
이렇게 부정적 행동이 강화되어 무너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우리는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자존심이란 자기 수용, 자기 인정, 자기 존중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국어사전의 풀이를 빌리자면 '자존심'이란 '제 몸을 굽히지 않고 스스로 높이는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문학자인 이은상씨는 자존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자존심이란 결코 배타가 아니다. 또한 교만도 아니다. 다만 자기확립이다. 자기 강조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얄미운 아첨만이 있다. 더러운 굴복이 있을 뿐이다. 위대한 개인, 위대한 민족이 다른 것은 오직 이 자존심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민교회 목사로서 오랫동안 교인들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움을 가질 때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에 나와서 또 다른 한국 교회의 많은 아픔을 바라보며 더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목회자들이 느끼는 바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교회 안에서는 왕자처럼 처신하면서 세상에 나가면 거지처럼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자각이 되살아나게 되면 우리의 자존감은 분명히 회복하게 될 것이다. 목사도 성도들도 열등감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해야만 한다.
 
성경은 말씀한다.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서 네 마음을 지키라"

최승일 목사 / 상도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