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해결책 없는가?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정동호 목사
2013년 11월 27일(수) 15:38

한ㆍ일 양국이 갈등과 대립으로 대단히 경색돼 있다. 새 정권이 출범한 이후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다. 최근 아베 총리는 "한ㆍ일 양국이 이토 히로부미는 존경받는 위대한 인물이란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는 망언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망언이 우리가 봤을 때 이토 히로부미가 침략의 원흉이지만, 왜곡된 역사관을 갖고 있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명치국가를 만든 영웅이라는 사실이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에 대해 중국측에 감사의 표시를 한데 대해 일본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일본 관방장관은 곧바로 '안중근 의사는 범죄자'라며 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영웅을 살해한 사람의 비석을 세운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표현이다. 이처럼 일본 아베 정권은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한ㆍ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숱한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한ㆍ중ㆍ일 3국이 공동으로 역사 교과서를 발간하자"는 제안을 했다. 2차 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이 프랑스와 폴란드 등과 역사 교과서를 공동 제작해서 유럽 화합에 기여한 것처럼, 우리 동북아도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발간하자는 전향적인 제안이다. 이에 일본 교과서 주무장관인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이 대환영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문제를 놓고 "발상은 좋지만 역사인식이 선행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군대위안부 존재를 부인하는 등 역사 왜곡 발언에 앞장서온 시모무라 문부상과 무슨 대화가 되겠느냐?"는 등 여론이 분분하다. 돌아보면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 간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은 각각 73년, 30년의 논의 끝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독일의 철저한 과거사 반성 위에서 가능했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의 침략 역사에 대해 전범이라는 뼈저린 반성은 고사하고, 국수주의적 역사 해석으로 한일 갈등의 뿌리를 더 깊게 만들었다.
 
한국 사람들 가슴엔 지금도 일제가 한반도에 남긴 씻기 힘든 상처가 남아 있다. 그래서 일본이 침략역사를 왜곡할 때마다 우리는 분노한다. 따라서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동아시아의 현실에서 한ㆍ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역사의 정답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한일 모두가 동의하는 공동 교과서를 쓰자는 박 대통령의 제안 자체가 어리석은 발상인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동 교과서가 아니다. 공동교과서를 쓸 수 있으면 정말 좋지만 못 써도 상관없다. 더 중요한 것은 한ㆍ일 양국 간의 대화의 시작이다. 이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 제안은 한ㆍ일 정상회담으로 연결시킬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동북아의 안보 상황이 만만치 않다. 센카쿠 분쟁으로 중일 갈등은 이미 전쟁위기까지 와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위기는 일본을 앞세워 동북아 세력균형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이나 일본의 재무장을 보면 한ㆍ일 관계에서 대화를 단절한 채 얼어붙은 분위기로 일본을 계속 놔둬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이 러시아까지 정상회담을 한 상황에서 한ㆍ일 관계도 빨리 해결돼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독도 도발은 양보할 수 없는 현안이지만, 그러나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이웃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정은 삼대세습으로 연평도를 폭격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수시로 위협하는 북한과는 또 다르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서로 다른 의견과 해석으로 충돌하기만 하면 불신과 원망만 커진다. 성경 말씀에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4:8)"고 했다. 한일 양국은 외교 안보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고, 한국교회는 그 길을 통해 복음을 전하면서 일본의 변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정동호 목사 / 남해읍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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