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거지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젊은이를위한팡세

오덕호 총장
2013년 11월 27일(수) 15:30

옛날 유대에서 거지 한 명이 랍비의 집 담벼락에 등을 부비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랍비가 물었다. "왜 그러느냐?" 거지가 대답했다. "등이 가려워서 그럽니다." 랍비는 거지를 측은히 여겨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목욕을 시켜주고 옷도 갈아 입혀주고 먹을 것까지 주어서 보냈다.
 
이 소문을 어느 부부 거지가 들었다. 그들은 이렇게 의논했다. "우리도 그 랍비의 집에 가서 담벼락에 등을 부비자. 그러면 우리도 그런 대접을 받을 거야." 부부 거지는 그 랍비의 집에 가서 나란히 담벼락에 등을 부볐다. 그러나 랍비는 그들을 대접해주기는커녕 욕을 하며 때려서 쫓아 보냈다. 부부 거지는 항의했다. "어떤 거지는 등을 부비니까 잘 대접해 주고, 왜 어떤 거지는 욕하고 때려서 보냅니까?"
 
그러자 랍비가 대답했다. "이전에 온 거지는 혼자였으니까 등이 가려우면 담벼락에 부빌 수밖에 없지 않으냐? 그러나 너희는 둘이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부부다. 그러니까 등이 가려우면 서로 긁어주면 되지 왜 남의 집 담벼락에 등을 부비느냐?"
 
정말 그렇다. 사람이 혼자서는 못해도 둘이 협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두 사람이 힘을 모으면 힘이 두 배가 된다. 그러면 일도 두 배로 많이 할까? 그렇지 않다. 일은 두 배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라. 한 사람이 50kg의 물건을 옮길 수 있다면, 80kg의 물건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힘을 합하면 80kg의 물건도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 두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한 사람이 하는 것보다 무한대로 더 많이 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서로 협력하며 힘을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비전이 같아야 한다. 서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힘을 모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두 사람이 자동차를 밀 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밀면 차를 움직일 수 없고 같은 방향으로 밀어야 움직일 수 있는 것과 같다. 우리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힘을 모으고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존중하며 양보해야 한다. 아무리 비전이 같아도 비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럴 때는 좋은 방법을 찾아 같은 방법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때로는 양보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의에 시간을 다 낭비해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망하는 회사의 대표적인 특징이 회의를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왜 회의를 많이 하겠는가. 의견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출을 늘리고, 경비를 절감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비전은 같다. 그러나 비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을 때 서로 존중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으면 힘을 모으지 못하고 목적도 이루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을 때 모든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지만, 사람이 독처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님은 돕는 배필을 만들어 사람이 서로 도우며 살게 해주셨다. 사람이 서로 돕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행복의 길이다. 우리가 서로 마음을 모으면 그 자체로 행복해진다. 그리고 서로 도와 힘을 모으면 좋은 성과를 얻어 우리 모두에게 큰 축복이 된다. 우리 모두가 이웃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서로 돕는 가운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오덕호 총장 /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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