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무엇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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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목사
2013년 11월 27일(수) 15:17

모두 주신 예수님 기억해야
바울도 투명한 사역에 무게
 
   
얼마 전 모 교단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후일 선교지에 무엇을 남기고 돌아오시겠습니까. 그리고 선교지를 떠나면서 어떤 고별사를 하시겠습니까?”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루살렘 성전을 보고는 입이 딱 벌어졌다.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에 압도되어 주님께 자랑스레 이야기를 꺼내자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큰 건물들을 보느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막 13:2) 주님은 책 한권 남기지 않으셨고 그 흔한 건축물 아니 기념탑 하나 남기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그의 삶을 통해 드러난 진리와 사랑은 잔잔한 호수 위에 파문이 번져가듯이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다. 영원한 것만이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남기려 애쓰고 있는가. 주님은 "나는 섬기러 왔노라" 말씀하셨고, 그 말씀 그대로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시다가 결국 십자가 위에서 모든 것을 내어주셨다. 그 사랑이 우리를 살게 했고, 그 은혜가 오늘 우리를 진리의 길로 이끌고 있다. 마지막 순간 주님은 십자가에서 이렇게 외치셨다. "다 이루었다." 그렇다. 주님은 다 주심으로 다 얻으신 것이다.
 
사무엘상 12장에 보면 사무엘의 고별사가 나온다. "내가 여기 있나니 여호와 앞과 그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 앞에서 내게 대하여 증언하라 내가 누구의 소를 빼앗았느냐 누구의 나귀를 빼앗았느냐 누구를 속였느냐 누구를 압제하였느냐 내 눈을 흐리게 하는 뇌물을 누구의 손에서 받았느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그것을 너희에게 갚으리라 하니 그들이 이르되 당신이 우리를 속이지 아니하였고 압제하지 아니하였고 누구의 손에서든지 아무 것도 빼앗은 것이 없나이다 하니라"(삼상 12:3~4)
 
모든 백성 앞에서 하는 고별사 치고는 참 생뚱맞은 내용이다. 한 시대를 책임졌던 선지자의 고별사라면 좀 비장한 자세로 그 동안 함께 했던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백성들에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바르게 신앙생활 할 것을 당부하는 정도의 내용이 돼야 할텐데 사무엘은 지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백성들에게 자신이 한 말을 확인하고 다짐을 받으려 하고 있으니 왜 그가 하필 이 대목에서 이런 말을 꺼낸 것인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곰곰이 본문을 묵상하며 필자는 두 가지를 깨닫게 됐다. 첫째는 그가 평생 어떤 점에 신경을 쓰면서 사역해 왔는지 알게 됐고, 둘째는 사람들이 사역자에게서 무엇을 보기 원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사무엘은 평생 돈이 자신의 사역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를 기울여 왔다. 그가 왜 그렇게 했던 것인가. 사람들이 돈 문제 때문에 사역자에 대한 존경심과 사역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 된 죽에 코 빠뜨린다'는 말이 있다. 일평생 사역을 그렇게 신실하게 잘 해왔는데 그만 돈 문제에 걸려 평생에 걸쳐 사역해 온 것이 그만 무위로 돌아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존경하는 한 원로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바보라서 은퇴하면서 집도 차도 못 받았지." 그분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도 목사님처럼 바보가 되겠습니다."

김용수 목사/반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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