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 걸어야 할 길

[ 대학로 행전 ] 대학로행전

오동섭 목사
2013년 11월 25일(월) 14:10
대학로에서 사역하기 위해 처음 만난 분은 성균관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의 남정숙 교수였다. 지인을 통해서 만나게 되어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톨릭 신자인 그분은 문화사역에 대해 격려하고 특히 청소년들의 억눌린 정서를 발산하는 문화사역을 적극 추천해 주셨다.

두 번째로 만나게 된 분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선교사로부터 소개받은 대학로 학림다방의 네 번째 주인이신 이충렬 대표였다. 옆집 아저씨와 같이 푸근한 그는 1987년에 학림을 인수하여 지금까지 20년을 넘게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저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요"라고 대화 내내 겸손하게 대답하셨지만 20년 세월을 지켜온 그의 근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1956년에 문을 연 학림다방은 때로는 학생들의 토론장소로 때로는 문학, 음악, 예술, 연극 등 예술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그 발걸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세 번째 만난 분은 인문학전문 서점인 '풀무질'의 사장이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대부분 사장을 점유한 현실에서 굳굳하게 개성 있는 서점으로 명맥을 유지하며 다양한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님을 통해 대학로의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현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부동산중개소, 떡복이 가게, 국수집, 옷가게, 주차장, 철물점 등 생업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중한 경험들을 통한 지혜도 얻고 그들의 삶의 어려움도 듣게 된다. 그러한 만남을 가지며 어느덧 나도 동네 주민이 되어 간다는 기분 좋은 느낌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만남이 사역을 위한 방향과 실제적인 감각을 가지게 해 준다. 또한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선교라는 비전이 단지 이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지역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변화와 필요에 민감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 기독 문화사역자들과 함께 도시선교 사역을 확장하고 있는 필자(우측)
지역의 귀한 분들과 만남과 함께 내게 늘 열정을 불어주는 만남은 기독 문화사역자들과 만남이다. 대학로에서 같은 비전을 가지고 고군분투하는 사역자, 공연제작자, 연출가, 배우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열정이 새로운 도전을 준다. 또한 그들이 경험하는 높은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과 왠지 모르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

몇 달 전 '김종욱 찾기'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음악감독인 김혜성 씨를 만났다. 그는 "목사님, 배우들의 믿음생활을 위해서 좀 도와주세요. 너무 힘들어해요"라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성경공부모임을 부탁한 적이 있다. 그래서 몇 번 배우들과 성경공부 모임을 하면서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믿음을 지키며 연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새삼 알게 되었다. 최근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바울', '화랑'을 제작한 극단 MJ컴퍼니의 대표 최무열 감독과 뮤지컬 '장기려, 그 사람'을 제작한 극단 하늘연어의 조재국 대표, 그리고 성석환 교수와 대학로의 한 작은 까페에서 만났다. 대학로에 들어 온지 10여년이 넘은 최무열 감독과 조재국 감독과 함께 제작자로 활동하며 겪는 고뇌와 기독교 극단에 대한 열정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이날 서로 대학로에서 기독공연문화를 창작하는 길이 혼자 걸어가기에 너무나 힘들기에 더불어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가야함을 공감했다.

지금도 공연예술에 꿈을 품고 자신의 끼를 통해 꿈을 펼쳐 하나님께 영광이 되길 소망하는 많은 청년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그 꿈을 이루기에 험난한 길이기에 선뜻 그 발을 내딛기를 주저한다. 세속문화가 더욱 짙어지는 대학로에 하나님의 아름다움으로 새로운 문화적 생태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과 함께하며 생명력 있는 문화생태계는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만들어가야 함을 거듭 깨닫게 된다.
 
오동섭 목사 / 미와십자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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