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독교서회 , 'PCUSAㆍUMC 이사 삭제'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11월 25일(월) 11:42
석연치 않은 정관개정
29일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시행…당사자들 "당황스럽다" 반응
 
   
▲ 1915년 당시 '조선셩교셔회'(현 대한기독교서회)를 이끌던 선교사 실무자

대한기독교서회(사장:정지강)가 후임 사장 선출을 앞두고 정관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독교서회는 지난 15일 정관개정위원회를 열고 정관 일부를 개정하기로 했으며, 이 개정안은 오는 29일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시행된다. 이번 정관개정의 핵심은 120년 전 대한기독교서회 창립멤버로서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장로교(PCUSA)와 미국감리교(UMC) 파송 이사 2석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PCUSA와 UMC는 더이상 서회에 이사를 파송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서회 설립 멤버들이 서회에 더이상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서회는 1890년 6월 25일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 미국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사들이 주축이 돼 '조선셩교셔회'로 출발했다.
 
이같은 결정을 한 데 대해 기독교서회 정관개정 위원으로 참여했던 본교단 파송 단필호 목사는 "각 선교회를 대표하는 이사들이 이사회 출석율이 낮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이사들의 출석율이 낮을 경우 소속 교단에 이사 교체를 요청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정조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기독교서회 설립을 주도했던 교단의 이사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배제할 경우 현재 치열하게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연세대 사태와도 매우 유사한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신중한 처리가 요구된다. 연세대 사태는 연세대 이사회가 2008년 임기가 만료된 2개 교단(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 파송이사에 대한 후임 이사를 3년 여 간 임명하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연세대 이사회측은 "재단이 교단에 이사 추천 요청을 해야만 교계가 이사를 파송할 수 있다. 이사 추천 요청을 하고 선임하는 결정권은 재단에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계는 이사회가 연세대를 사유화하려고 한다고 지적하며 현재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회가 해외 선교부 파송 이사들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정황은 이미 지난 9월부터 감지됐다. 미국장로교는 9월 16일자로 2012년 6월 30일 임기가 만료된 킨슬러 목사의 후임으로 임춘식 목사를 새로운 이사로 파송했지만 현재 기독교서회 등기부등본에는 PCUSA 이사가 아예 빠져 있다.
 
이에 대해 PCUSA 이사로 파송된 당사자인 임춘식 선교사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PCUSA 이사가 교체됐다는 공문을 기독교서회에 발송했지만 그뒤로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면서, "한 번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UMC도 "기독교서회가 정관을 개정한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UMC는 목원대 박은규 명예교수를 이사로 파송하고 있으며, 박 교수는 임기 중이다.
 
종합해 보면 기독교서회는 후임사장 선출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설립자 교단과는 아무런 협의나 통보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와의 컨센서스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사 수를 조정하는 정관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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