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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11월 25일(월) 10:19

타클로반에 쏠린 구호 활동, 상대적 소외 오르목에 쌀 10톤 전달
 
 

   
 


【필리핀 세부=박성흠】 필리핀 중동부를 초토화시킨 초특급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긴급 피해복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본교단 총회가 필리핀에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가 엄청나다는 뉴스가 나온지 열흘만에 긴급구호를 진행했다. 긴급구호기금에서 3만 달러(US)를 필리핀선교사회(회장:김용우)에 긴급하게 지원해 구호물품을 확보하도록 하는 한편 총회에서 실무자를 파송해 구호활동을 도왔다.
 
지난 18일 필리핀 현지에서 사역하는 본교단 선교사회는 총회가 지원한 3만 달러를 가지고 긴급구호 물품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선교사회는 '하이옌긴급재난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장 김용우 목사를 비롯해 3개 분과별로 2명을 선발해 모두 6명(김재현 이혜숙 임흥재 백성범 박장호)으로 실행팀을 현지에 파송하기로 했다.
 
피해가 가장 극심한 것으로 알려진 타클로반으로 들어가 구호활동을 펴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필리핀연합교회(UCCP) 비사이야대회 레이테노회와 세부노회 등 두 노회와 협의를 진행한 실행팀은 타클로반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쌀과 통조림 등 긴급구호물품이 20톤에 달하는 까닭에 운송할 방법이 쉽지 않았던 것. 세부에서 오르목까지 배편으로 이동하고 오르목에서는 다시 육로를 통해 100km를 들어가야 하는데다 군경의 보호없이 위험지역에 들어가야 하는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선교사들은 긴급구호지역을 변경하기로 하고 매스컴과 UCCP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타클로반 못지 않은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타클로반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거점 도시 오르목(ormoc)을 주목하고 UCCP를 통해 오르목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래도 넘어야 할 산은 또 나왔다. 10톤에 달하는 쌀은 오르목에서 구할 수 있었지만 통조림은 세부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배를 타고 오르목으로 운송해야 했다. 21일 오르목에 집결한 선발대는 우선 오르목교회(로드리고 킬레스테 목사)에서 교인들과 함께 5kg짜리 쌀봉투를 2000개를 만들었다. 꼬박 하루가 지나갔고 이튿날 미리 준비해간 쿠폰 1000장을 나눠주어 중복지급을 막는 한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었다.
 
하지만 세부에서 배편으로 오르목까지 오기로 했던 통조림 실은 화물차는 결국 세부항에서 발이 묶여 오지 못했다. 세부에서 시청의 협력을 얻어냈지만 타클로반으로 들어가는 구호물자가 워낙 많은 탓에 5톤 분량의 통조림을 선적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오르목에서는 결국 쌀 10kg씩 1000명의 주민들에게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태풍이 지나간 오르목은 타클로반에 비해 형편이 좋다고는 했지만 모든 지역이 정전인데다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처참' 그 자체였다. 주민들은 무너지고 부서져 도로에 쌓이 태풍의 흔적을 치우고 복구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었지만 하루 종일 소나기와 햇빛을 번갈아 보내는 날씨는 주민들의 편이 아니었다. 오르목 시내를 관통하는 천변에는 'NEED FOOD HELF US(우리는 먹을 것이 필요하다 도와달라)'라고 쓰인 호소가 마치 SOS 신호처럼 시선을 잡았다.
 
오르목에서 주민 1000명에게 각각 쌀 10kg을 나눠주는 것으로 1차 구호를 마친 선교사들은 세부에 발이 묶인 5톤의 통조림과 비스킷을 세부북부 지역에서 2차 구호에 사용하기로 하고 추가로 쌀 5톤을 매입해 구호품 1000개를 추가로 만들었다. 비오는 밤길을 걸어 오르목항에서 배를 탄 선교사들은 세부에서 3~4시간 쪽잠을 청한 뒤 곧바로 세부섬 북부 마하왁교회로 출발했다. UCCP 세부노회장 스티브 베르딘 목사가 동행해 마하왁교회를 비롯해 카윗 학나야 교회 등 세 곳의 교회에 구호물품을 각각 전달하기로 했다.
 
마하왁교회에 들어선 구호팀은 피해복구에 힘을 모으던 주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들어섰다. 쌀5kg과 통조림 5개와 비스켓 등을 담은 구호품 700개는 눈 깜짝 할 사이에 동이 났다. 하이옌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아직 빗물이 덜 빠진 예배당에 모인 주민들은 일사분란한 조직력을 보여주며 가정당 1개의 구호품을 받아가면서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로 인사하며 영어로 "땡큐 땡큐"를 외쳤다.
 
이번 태풍은 불과 한 달 전 세부에서 발생한 강도 7.2의 지진에 뒤이어 온 것이어서 그 피해가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총회의 발빠른 긴급구호 결정에 현지 선교사들의 신속한 대응이 빚어낸 합작으로 본교단의 하이옌 긴급구호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우리가 겪은 수많은 수해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수해 뒤에는 길고 긴 복구활동이 기다리고 있다. 적도열에 시달리는 필리핀에서는 수해복구 과정에서 전염병이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오른다.
 
본교단 선교사들과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 그리고 UCCP는 긴급구호에 이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수해복구 활동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긴급구호 활동이 타클로반에 집중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한 많은 지역의 이재민들이 상대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것도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교단 총회는 이번 긴급구호를 진행한 것 외에도 NCCK와 한교연을 비롯해 47개 교단과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한국교회 필리핀 재해구호 연합'에도 힘을 보태 긴급구호에서 재해복구로 방향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이번 본교단 총회의 긴급구호는 당초 한국교회연합 긴급조사구호단(단장:우순태)과 함께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선교사들과 국내팀의 일정이 맞지 않으면서 불가피하게 하루 사이로 일정이 달라졌다. 달라진 것은 일정 뿐, 강도만난 이웃을 돕는 선한 사마리아 인의 마음은 같았다.
 
긴급하게 필리핀 현지에 투입된 한국교회 구호단은 오르목교회에서 본교단 긴급구호팀과 합류해 '협력의 힘'을 확인했다. 총회와 선교사회가 협력한 것처럼 본교단은 한국교회와 함께 필리핀 재해 구호를 의논하고 있다. 재해 발생 한 달이 지나면서 긴급구호는 재해복구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본교단은 한국교회연합과 함께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핀 현지인들 사이에 '요란다(Yorranda)'로 불리는 태풍 하이옌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타클로반 외에도 오르목과 세부 보홀 팔라완에 이르기까지 필리핀 중남부 비사이야 지역의 섬들을 초토화시켰다. 타클로반에서 활동하던 본교단 김여종 선교사는 태풍이 오는 중에도 교회를 지키다가 연락이 두절돼 한 때 비상이 걸렸지만 다행히 하이옌이 지나간 직후 타클로반을 빠져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필리핀 세부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마치면서 선교사들은 UCCP 세부노회장 스티브 목사와 함께 평가회를 가졌다. 스티브 목사는 본교단 총회가 필리핀 지역 교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전염병예방과 예배당 시설복구 등 구체적인 시스템복구에 대한 요구가 나오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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