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친밀함 그리고 기독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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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목사
2013년 11월 21일(목) 16:28
디스커넥트(헨리 알렉스 루빈, 드라마/스릴러, 청소년관람불가, 2012)
 
아무리 사회적인 관계 안에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여전히 고독하고 또 외로움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언할 순 없지만 한 가지 이유는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정서적인 친밀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는 오랜 역사를 거쳐 온 것으로 이미 유전자 안에 각인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유아시기에 이것이 결여되면 치명적인 성격 장애로 이어진다. 어떤 이유와 계기로 인해 정서적으로 잠시 멀어지는 경우에 인간은 반드시 또 다른 방법과 대상을 통해 자신의 정서적인 결핍을 채우려 한다. 어느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튀어나오는 풍선효과를 보인다.
 
정서적인 친밀함에서 관건은 만남과 소통이다. 소통의 목적은 친밀함에만 있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가족과 공동체 내에서 소통은 정서적인 친밀함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통 방식에서 변화가 필요할 때 기술이 개발되었고, 기술의 향상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 스마트 폰은 첨단 기능을 가진 소통 수단이다. 계산과 데이터 처리 능력을 향상시켰고, 인터넷은 정보 능력을 높여주었으며,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Social Network Service(SNS)는 지구촌 소통에 혁신을 가져왔다. 스마트 폰 개발이 개인에게 부여한 능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컴퓨터 기반의 기술은 인간의 소통 능력을 확대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 그렇다고 소통의 질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업적으로 혹은 범죄적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를 혼란케 하고 SNS를 통해 친밀함을 찾는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친밀함은 단순히 서로 연결되고 또 정보를 소통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헌신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것을 결여한 소통은 건조하며 마음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한편, 소통 기술의 개발에서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사회적인 관계망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결국 삶의 필요에 부응하고 또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그밖에 무엇을 기대했든, 분명 인간과 사회에 기여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기대한 대로 되었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대적인 현상들 때문에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었다. 인간의 욕망은 각종 필요들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개발된 소통기술을 악용하였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인간의 탐욕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또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며 또한 불법적으로 충족시켜 인간의 정서를 타락시킨 것이다.
 
결국 새로운 소통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감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처음 기대와는 달리 자본과 욕망의 논리에 사로잡혀 범죄의 도구로 전락하였다. 이제는 이것을 막고 또 저질러진 범죄를 관리하기 위한 사이버 경찰이 필요할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기대와는 반대로 가족이외에 다른 곳에서 친밀함을 찾는 출구가 되었고, 일탈을 부추기는 수단이 되었으며, 부모와의 갈등 관계에 있거나 부부관계가 소원해진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 가족 해체에 기여하기도 한다. 사회적 관계망을 넓혀줄 것을 기대했던 SNS가 오히려 관계의 단절을 부추기고 또한 하나의 잘못된 대안으로 나타남으로써 현대인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제들에 직면하면서 당황스러워 한다.
 
'디스커넥트'는 SNS의 이런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일상의 다른 영역에서 벌어지는 세 개의 다른 이야기들을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SNS를 통해 어떠한 부정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추적하며 보여준다. 영화가 말하려는 것은 분명하다. 단절된 인간관계를 보상받기 위해 접속한 결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중에 특히 재산상의 손실이나 인격적인 피해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인간관계의 친밀함과 유대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가족의 친밀함과 유대관계라는 말이다. 남들에게는 장난에 불과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명을 값으로 치르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보기에 따라서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릴러 장르로 담아내어 전혀 색다른 느낌을 창출하는 데서 감독의 능력이 돋보인다. 곧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다 노출시켜놓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감추어 놓은 채 이야기를 풀어나가 관객으로 하여금 어디에 초점을 맞추며 보아야 할 것인지 헷갈리게 하여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반전은 억지스럽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창조를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은 사이버 공간 역시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믿는다. 모든 시작을 가능케 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누군가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강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면, 그는 단연코 그리스도인이다. 특히 단절에 따른 소외가 만연해 있는 현대 사회에서 친밀함과 유대감은 구원 경험과 다르지 않다. 오프라인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에서 친밀함을 찾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잘못된 관계에 빠져 더욱 큰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SNS를 벗어나는 것만이 상책은 아니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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