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 언어로 찬양 부르며 울음을 멈출 수 없어"

[ 기고 ] 독자투고

최은정 전도사
2013년 11월 18일(월) 14:24
KETI에 참석하고
  
장신대 진학 전부터 WCC에 관한 안좋은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진학 후에 정말 WCC가 내가 들어왔던 그런 곳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신대원 1학년 1학기에 '에큐메니즘과 신학의 대화'라는 수업을 수강했고 신학의 모든 분과들(성서학, 조직신학, 선교학, 기독교역사, 예배학 등)에서 에큐메니즘과 WCC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각 분과 교수님들로부터 매주 특강 형식의 수업을 들었다. 의문과 의심을 갖고 수강한 과목이기에 적극적인 자세로 수업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후 아시아에서 2번째로 개최된 지난 WCC 10차 총회에서 진행된 KETI(Korean Ecumenical Theological Institute)에 참석했다. 16개 신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모여 6∼8명씩 20개의 조가 짜여지고 각 조마다 교수님들의 지도가 있었다. 역사적인 WCC 총회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다른 교단에서 온 친구들과 대화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WCC 부산 총회를 통해 한국이 앞으로 얻게 될 큰 영향 중 하나는 미래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적 연대와 협력을 구축하는 장을 연 것이라고 생각한다. 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지 않았다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각 교단 신학생들의 모임과 연대 그리고 배움과 교류의 장이 일회적인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지기를 바란다.
 
130년이라는 짧은 기독교 역사 속에 있는 내가, 부산 총회를 통해 2000년 기독교 교회사를 한 장소에서 만난 것도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하지만 벡스코 밖에서 일어나는 WCC 반대 시위자들의 모습 또한 한국교회의 모습이었다. 35년의 식민생활과 연이은 한국전쟁으로 폭력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서로가 서로를 포용하지 못하고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정의내리는 것이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의 상처난 모습을 지금이라도 살피고 치유하는 시간을 갖으면 어떨까.

   
총회를 참석하는 중간에 내가 한국에 있는 것이 맞는지 몇번이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을 만큼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한국에서 개최되지 않을 WCC 총회에 참석하게 되어 행복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개회 기도회다.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생명적인 일들과 정의가 사라진채 누군가의 비명위에 만들어진 거짓된 평화를 누리는 것에 대해 세계교회가 회개했던 시간을 잊을 수 없다. '센제니나(남아공 찬양으로 '무얼 했나'는 뜻)'라는 찬양을 부르며 나는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세계 각 언어로 된 찬양을 부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깊이 경험한 총회였다.
 
최은정 전도사 (장신대 신대원 3학년ㆍ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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