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괴물은 종이 한 장 차이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2013년 11월 13일(수) 15:33
톱스타(박중훈, 드라마, 15세, 2013)
 
배우가 감독이 되는 경우가 부쩍 눈에 띈다. 그중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성공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태반은 그렇지 못하다. 배우와 감독의 중간에서 어설프게 줄타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에 개봉된 '롤러코스터'로 하정우가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국민배우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배우 박중훈 역시 감독으로서 데뷔작을 내놓았다.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것만으로 감독으로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배우에 관한 이야기다. 배우가 배우의 삶을 소재로 다룬다면, 그것은 회고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다면 꿈이 되겠는데, 꿈이라고 보기가 어려운 것은 영화배우이자 감독으로 데뷔한 박중훈은 연륜에 비춰볼 때 꿈을 꿀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삶을 회고하면서도 배우의 흥과 망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만일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톱스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영화를 통해 소통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혹시 이건 염두에 두고 있었을까? 관객이 몰랐던 사실들, 배우들만이 알고 있는, 그래서 가끔은 신비스럽게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이런 신비감이 톱스타에게는 더욱 커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일종의 톱스타의 탈신비화를 시도한 것이다.
 
특히 톱스타의 일상을 보여주기보다는 톱 자리를 두고 배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를 위해 감독이 화두로 삼은 것은 '스타와 괴물'이다. 스타가 되면서 동시에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그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몇 장면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스타와 관련해서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스타는 누가 만드는 것일까?' 요즘처럼 팬덤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대에는 팬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그 팬들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물론 중심에 배우 자신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기획사와 언론이 중요하다 해도 뛰어난 능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코 톱스타에 오를 수 없다. 팬들의 분별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또 누구에 의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스타가 되기까지 기획사에 의한 홍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스타를 대중에 노출시키는 언론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존재이다. 어찌되었든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스타가 될 수 없다는 사실, 이것은 대중문화계에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스타는 스스로의 능력에 따라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기획과 언론이 연동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발달되어 대중들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된 폴 포츠의 경우도 있으나 그것은 예외일 뿐이다.
 
영화는 톱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암투와 음모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톱스타가 괴물로 바뀌는 지를 보여준다. 톱스타의 매니저로 일하다 우연히 배역을 맡게 된 태식은 하루아침에 유명 배우가 된다. 마치 자신의 능력으로 다 된 것처럼 기고만장하다. 자신을 도와준 톱스타가 갑자기 경쟁자가 되면서 톱스타에 대한 그의 욕망은 기형적으로 증폭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또 폭발적으로 분출하여 모두를 경악하게 한다. 좋게 보아서 사람들은 에너지가 넘친다고도 표현하고, 지나친 경쟁심 때문이라고도 말하지만, 가장 적합한 표현은 괴물이 된 것이다. 괴물은 공생을 모르고 주변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나서야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국에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괴물은 추방되고 마는 법, 태식은 하루아침에 몰락한다.
 
태식의 흥과 망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알게 되는 사실 하나가 있다. 스타가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힘겹게 만들어지는 것에 비해, 괴물은 자기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함으로써 하루아침에 기형적으로 태어난다는 사실이다. 괴물이 되는 요인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나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에 갑자기 모습을 들고 나타나는 것이 내 안의 괴물이다. 한번 태어난 괴물은 통제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맘먹기에 따라서 스타와 괴물의 차이는 종이 한 장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을 태식을 통해서 잘 볼 수 있다.
 
어디 스타만의 문제일까.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것이 바로 욕망의 문제다. 욕망의 본질은 자신을 드러내고 높이는 데에 있다. 타자가 잘되는 것을 감내하지 못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자신의 이름을 내고, 더 나아가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쉬지 않고 스스로를 증폭시킨다. 결코 현실에 자족하지 못한다. 심지어 신이 되려고까지 한다. 에덴동산에서도 볼 수 있고, 바벨탑 사건에서도 볼 수 있으며, 성경에서 그리고 우리 현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과 공통된 모습이다.
 
저마다 높은 성과를 내어 승진하고 또 연봉을 더 많이 받으려고 수고하며 애를 쓰는 시대다. 아무리 성과사회이며 경쟁사회라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님은 낮아지는 자를 높이시고 높아지려는 자를 낮추시는 분이시라는 것이다. 우리의 능력은 하나님의 복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주신 것이다. 우리 자신을 높이려하기보다 이웃을 섬기기 위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내어 드려야 할 것이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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