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 의미

[ 선교-WCC10차총회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11월 08일(금) 15:24

한반도 통일, 미래로 가는 길목
'도잔소 회의 정신 구체화…8.15 이전주일, 평ㆍ통 위한 기도주일
에큐메니칼적인 장, 남ㆍ북 젊은이 만남 제공
 
우리는 왜 남북한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가. 대한민국과 북한이 힘을 모아 보다 큰 힘을 가져 세계 일류 강대국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간 과정이 아니다. 대한민국 부산에 모인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 참석자들은 "분열과 전쟁은 충만한 생명을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과 모순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는 에큐메니칼 좌담 17번 '한반도 : 정의와 평화를 향한 에큐메니칼 연대'가 논의의 출발점이다. WCC 총회에서 에큐메니칼 좌담은 교회의 일치와 선교와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비판적 이슈 그리고 교회가 함께 공동으로 응답할 것을 요구받는 문제에 대해 지속적이고 심도 있게 대화하는 자리다.
 
에큐메니칼 좌담 '한반도 : 정의와 평화를 향한 에큐메니칼 연대'는 미리 배포된 총회 프로그램북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이 북동아시아와 세계 다른 지역들에 미치는 보다 광범위한 함축성과 영향력을 고려하면서 현재까지의 노력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탐색할 것이다. 궁극적 목적은 한반도에 정의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에큐메니칼 연대를 촉진하고 강화하는 것인데, 이는 통일을 향한 비전으로 화해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언은 에큐메니칼 좌담을 거쳐 WCC의 주요 사회적 관심사를 다루는 공공쟁점위원회(Public Issue Committee)에서도 다뤄졌다. 에큐메니칼 좌담을 통해 참석자들과 소통하고 공공쟁점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논의의 방향을 정한 것이다.
 
A4 용지 5매 분량의 방대한 성명서의 핵심은 마지막 두 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로 가는 길-권고안들'로 시작하는 결론 부분에서 성명서는 모두 11가지의 다짐을 담고 있다. 권고에 앞서 성명은 "세계화되고 상호 의존적인 세계에서 평화를 건설하는 일은 주권국가, 유엔, 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의 공동책임"이라고 전제한다. 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은 국가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국가는 유엔과 협력할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성명서의 핵심으로 보이는 '미래로 가는 길'에서도 역시 눈여겨 볼 부분은 서두에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독교 시민사회단체의 중심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에 있으며 1984년 10월 열린 '도잔소 회의'의 정신을 구체화하고 8월15일 이전 주일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주일'로 전세계 크리스찬이 함께 기도하자는 것이 이번 성명의 핵심중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WCC는 또 성명에서 "남한과 북한의 젊은 세대들이 함께 만나서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에큐메니칼적인 장을 제공한다"고 언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산가족들의 만남조차 힘겨운 현실에서 남과 북의 젊은 세대가 만나 한반도의 미래를 논하도록 한다는 생각은 자칫 어설프거나 섣부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부산에 모인 세계교회협의회 참석자들의 고민 끝에 나온 것인 만큼 현실이 되도록 남과 북의 청년들이 눈여겨볼 대목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성명에서는 북한의 인권문제도 우회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성명은 "북한의 지속적인 인권위기를 고려할 때 우리는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시작하고 북한과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를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속적인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한편 인도적 지원을 통한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의 실행을 촉구한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표현함으로써 크리스찬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는 기본적으로 이번 부산총회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한반도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정의와 평화가 물결치는 것이야 말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문제에 WCC가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은 WCC가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보여준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전 세계 인류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가슴 벅찬 일이기도 하다. WCC의 선언은 발표되는 그 자체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8년 동안 UN을 비롯한 전 세계 무대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된다는 사실에 무게중심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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