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

[ 논단 ] 주간논단

김기태 장로
2013년 11월 08일(금) 15:04

불의에 항거하고 세상을 위로하는 모습 되찾아야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부끄러운 일이다. 세상이 어려울 때 위로하고 격려해 주어야 할 교회가 거꾸로 세상의 부담이 되는 일들이 늘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눈으로 판단이 가능한 일들을 처리하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교회가 많다. 모름지기 교회는 일반 사회윤리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경지의 윤리를 가르치고 유지함으로써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가 나서면 갈등과 다툼의 자리가 화해와 사랑의 현장으로 변화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도 갈수록 화려하고 거대한 건물에다가 수많은 교인수를 자랑하는 대형교회의 위용은 커지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윤리적 권위는 줄어들고 있다. 교회가 앞장서서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계층간 위화감을 일으키며 심지어는 교회내 분쟁으로 지역 주민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진흙탕 교회도 적지않다. 스스로 화해하고 조정할 능력을 상실하여 교회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어서 일반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사건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작은 이권과 독선적 자기중심주의에 빠져 교인들끼리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그 어디에도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랑과 자비의 정신은 찾아볼 수 없다.
 
기독교인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상대적으로 더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라는 사회 인식에서도 많이 벗어나 있는게 현실이다. 신앙을 가졌다고 해서 별다를게 없다거나 오히려 더 심하다는 식의 손가락질을 당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교회와 기독교인이 그동안 이웃을 향해 보여주었어야 할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기본 사명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소리를 들어주고,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일에 보다 민감하지 못했던 데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국가의 지원까지 받은 시설 운영자가 부도덕한 처신과 불법을 저질러 구속되는 일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그들이 차라리 기독교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상을 향해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고 파렴치한 범죄 행각을 저지르는 교역자나 신학생 또는 교회 직분자들이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일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정말 걱정스런 눈으로 세상이 교회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교회는 세상의 불의와 부정 그리고 불법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와 자유 그리고 정의를 바탕으로 지탱해가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가로막는 어떤 시도나 행동에 대해서도 교회가 외면해서는 안된다. 교회는 모든 인간과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구원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위해 쉬지않고 일해야 하는 준엄한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권을 훼손하거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규제 또는 강제하는 어떤 부당한 권력에도 교회는 굴복하거나 비굴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가 바로설 수 있도록 교회가 분명하면서도 신속하게 관여하고 입장을 나타내야 한다. 정치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매우 현실적인 조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으로의 안내를 맡은 교회가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일부 기독교 인사들의 권력지향적 정치행태에 있다. 힘을 가진 정치 권력의 하수인이거나 동조자 역할을 자임하는 기독교인은 더 이상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자들이 아니다. 수치를 모르는 일부 사이비 교계 지도자들로 인해 한국 교회 전체가 비난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슬프다.

김기태 장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ㆍ문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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