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10월 28일(월) 18:29

'찾아가는 장애인 선교'가 필요해
　　

【부산=박성흠 부장】벽안의 선교사들로부터 그리스도 예수 복음의 기쁜 소식을 들은 것은 비장애인 먼저였지만 그 기쁨의 크기는 장애인에게 더욱 크지 않았을까. 10월 30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에서는 개막에 앞서 이틀 동안 장애인과 여성 청년 원주민 등 4개 분야에 걸쳐 사전대회가 진행됐으며, 장애인 대회 참석자들은 "스스로 장애를 찾아다니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이 21세기 장애인 선교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 사전대회에서 황필규 목사(NCCK 장애인소위원회)는 복음이 들어온 한반도에서 장애인이 복음의 기쁜 소식을 듣게 된 것은 10년이 지나서야 가능했으며,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한국교회에는 여전히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된지 10년만인 1894년에 미국 감리교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이 맹인 소녀 오봉래에게 점자로 십계명과 조선어 기도문을 가르쳤다. 당시 하층계급으로 살아야 했던 이들을 위해 셔우드 홀은 농아학교를 설립했으며, 오봉래는 평양여학교에서 맹아교육 특수교사가 되었다"
　
교육과 의료 사업을 선교와 병행한 외국인 선교사들의 당시 상황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애인의 눈으로 보면 농아학교는 물론 한센병 환자를 치료한 것이나 맹인학교 등 선교사들의 활동은 19세기말 당시 조선의 입장에서는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였다. 선교사들의 이같은 활동은 장애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적극 수용하고 환대하는 '통전적 선교'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의 기초가 되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선교사들의 활동에 자극을 받은 한국교회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영락교회가 '농인전도부'를 조직하는 것으로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사전대회에서 황 목사는 해방과 더불어 생겨난 교회의 장애인부서는 꾸준히 발전해 △베데스다선교회(1976년) △한국밀알선교단(1976년) △실로암선교회(1977년) △신망애선교회(1981년) 등이 속속 생겨난 사례를 발표하고 "교파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를 향한 사역을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오늘날의 지역 교회가 장애인 선교 사역을 구체화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했다는 것이 황 목사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운동은 UN이 1981년을 세계장애인의 해를 선포하면서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해 1987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설립되고 1988년에는 서울에서 장애인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장애인차별금지와 구제에 관한 법률'의 제정(2008년)으로 이어졌다.
　
법률로서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사회시스템이 마련된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교회는 장애인 선교에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
　
사전대회 참석자들은 '찾아가는 장애'로의 인식이 요구된다고 반성했다. "장애인선교는 비장애인이 받은 특별한 과제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은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비장애인들의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 장애를 찾아다니신 예수님을 본받아 하나님 나라를 완성해 가는 것이 21세기 장애인 선교에 임하는 우리의 바른 자세일 것이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인도하소서' 그렇게 기도하기 위해서 비장애인들은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장애인에게 불편을 감내할 것을 요구하면서는 결단코 정의와 평화를 이루지 못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