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장례를 치르며 가졌던 단상(斷想)

[ 기고 ] 독자투고

이도형 목사
2013년 10월 28일(월) 11:10

최근에 어머니가 87세의 일기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다. 지난해 10월 초순경 자궁경부암 3기 진단을 받으시고 그동안 투병을 해오셨는데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셨다. 그러던 중 올 4월부터 더 이상 홀로 지낼 수 없어서 자식들이 돌아가며 모시다가 더 이상 가정에서 모실 수 없어서 한 달 정도 요양원에 입원하셨다. 지난 추석에 찾아뵈었을 때만 해도 올해는 넘기시겠다는 판단을 했는데….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두 가지 점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
 
하나는 불현 듯이라는 말이다. 이 땅에 보냄 받은 인생들 모두가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 죽음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철이 들고 나서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어머니의 별세를 현실로 받아드려야 한다는 것에 무척이나 당혹스러웠고 마음이 아팠다. 1년간의 투병 생활로 인하여 언젠가는 가셔야 한다는 사실을 입버릇처럼 말해 왔고 또 연세도 있으셔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 왔었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된 줄 알았는데 불현 듯 임하는 마지막 모습에 갈팡질팡하는 저를 보며 본심과 겉이 달랐음을 알게 되었다.
 
또 하나는 제 어머니께서 밤에 가셨기에 3일장을 치렀지만 실제로는 이틀의 기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조문을 해 주시고 위로해 주셨다. 그들 중에 바로 위형님 친구 분들께서 밤샘을 해 주셨는데, 그분들의 말에 의하면 친구 동생을 거의 30년 만에 만나 보니 목사가 되어 있다며 너무나 좋아하셨다. 비록 당신들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지만 처갓집이 교인이라거나 친척 중에 누가 교회를 다닌다는 둥 친구 동생이 목사가 되어 있음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향 선배들의 격려를 받으며 마음속으로 들었던 생각 하나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목회자가 제대로만 하면 목자로서 인정 받겠구나하는 생각이다. 일부교회와 목회자의 비리와 도덕성 상실로 공신력이 실추되어 있는 것이 작금의 한국교회 상황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리스도인답지 못한 우리 모두로 인하여 빚어진 현상이기에 오늘의 현실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얼마 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더더욱 제 자신을 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갖도록 하는 시간됐다.
 
고향 선배님들은 무언으로 제게 "너는 '먹사'가 아닌 진정한 '목사'가 되거라"고 부탁하심을 깊이 마음에 새겼다.
 
그런 점에서 어머니께서 떠나시며 제게 주신 귀한 선물이고 당부이었다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도형/주만교회 부목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