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지키고 싶다"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원형은 목사
2013년 10월 23일(수) 13:43

"때가 이르리니 사람이 바른 교훈을 받지 아니하며, 귀가 가려워서 자기의 사욕을 따를 스승을 많이 두고, 또 그 귀를 진리에서 돌이켜 허탄한 이야기를 따르리라. 그러나 너는 모든 일에 신중하여 고난을 받으며 전도자의 일을 하며 네 직무를 다하라."
 
우리는 이번 제98회 총회 주제를 '그리스도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로 정하고,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10년(2012-2022)'이라는 기본안을 채택했다. 자기 비움과 상호의존성의 영성으로 실천하는 치유와 화해의 복음사역은 하나님의 교회와 21세기 인류의 보편적 과제를 안고 가는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결단이다. 세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걱정해 오던 교회가 이제는 오히려 세상의 근심거리가 되어가는 교회로 전락하고 있는 때에, 이러한 많은 국민들의 공통된 인식과 열망을 결국 우리 교회가 모든 면에서 자성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부르짖음으로 이것은 한국교회 역사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도 생각하면 저절로 실소가 나오는 일화가 떠오른다. 30년 전 농촌교회에서 첫 목회의 야무진 꿈을 꾸어가던 어느 날, 딸만 셋이 있는 가정의 노모와 아들이 찾아왔었다. 그 노모는 지금부터 개종하여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면서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그것은 당신 아들이 4대 독자인데, 하나님께 기도해서 아들을 하나 얻게 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지금부터 열심히 교회생활을 하고 함께 믿음으로 기도하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하면서 기도했었다. 그 다음 날부터 노모는 추운 날씨인데도 새벽에 일어나 목욕 후 산길로 10리를 오가며 새벽기도를 하는 지극정성을 보였다. 어느 날 그 며느리가 임신을 하고 출산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또 딸을 낳았다. 저는 긴장하고 주일에 그들 가족을 맞이했는데, 뜻밖에도 그 노모와 아들이 "목사님, 우리 기도가 부족했던 것 같지요. 걱정 안합니다. 다음에는 하나님께서 꼭 아들을 주시겠지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술주정이 심했던 그 아들은 술까지 끊고 심한 금단현상까지 극복해 가면서 출산을 기다렸고, 다섯째 아이를 낳았는데 또 딸이었다. 저는 정말 황당했고 이런 와중에 그 영아는 창자가 뒤틀리는 병에 시달리기까지 하였는데 그만 그 아비가 낙심해서 그 영아를 산에 갖다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보건소 공의와 함께 달려가서 그 영아를 안고 인근 큰 도시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교인들과 동네 유지들까지 동참해 모금한 병원비로 퇴원시켜 사택에서 한 달여 동안을 간병했다. 그리고 그 딸을 잘 키워보겠다는 가족들의 약속을 받고 그들 집으로 보냈다.
 
그 사건은 내 목회의 심지를 틀어 놓았다. 목회는 보통사람들의 뼈저린 현실 인식과 절절한 개혁의 열망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 우리 사회를 격차사회, 불안사회, 위험사회, 절망사회로 인식한다.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고 불평등ㆍ불균형은 더 심해진다. 그래도 교회는 그들에게 무심하기만 하면서 우리 사회의 모든 면에 반영될 수 있는 역사의 새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폭발적이지는 않더라도 절실함과 강도로 보여주는 행함이 있는 믿음, 행동하는 교회가 되자는 그 때의 결단을 지금도 지켜갔으면 좋겠다. 하나님과 역사 앞에서 두려움을 갖고 침몰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교회를 지키고 싶다.

원형은 목사 / 빛과소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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