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에 들어갈 때는 수레에서 내리라

[ 기고 ] 독자투고

윤용주 목사
2013년 10월 16일(수) 11:52

농촌교회를 섬기면서 겪는 이 느낌이 필자 한 사람의 것은 아니라 싶어 글을 쓴다.
 
오래전의 일이다. 어느 시골교회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이다. 한 밤중에 전화가 와 말하기를 "나는 ○○시찰 회계인 ○○○장로입니다. 우리 어머니가 교회 ○○○집사님이신데 지금 보건소에서 치료중이시니 심방하여 주십쇼"라는 것이다. 그 장로님은 본교회 출신으로 외지에서 생활을 하시는 분이었다.
 
전화를 받고 교인의 형편을 잘 살피지 못한 죄스런 마음을 가지면서도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 생각에는 그 장로님께서 "저는 교회 ○○○집사님의 아들 ○○○장로입니다. 어머님께서 보건소에서 진료 중이신데 심방을 부탁합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외지에 나가 도시교회에서 직분을 받아 섬기는 분들이 명절이나 휴가철에 고향을 찾아오면서 예배가 있는 날임에도 고향교회를 찾아오지 않거나, 찾아와서도 도시교회에서의 활동을 자랑하는 것을 본다.
 
농촌교회 출신 성도들이 외지에 나가 생활하면서 모든 면에서 잘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까닭으로 고향교회와 고향교회 목회자를 가볍게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고향을 찾는 모든 출향교우들이 그러하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두 사람의 성찰 없는 행동이 농촌목회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소학에 보니 "비록 귀(貴)하고 부(富)하더라도 감히 귀와 부로서 종가 집에 들어가지 아니해서 비록 수레와 따른 사람이 여럿이라도 밖에 두고 적고 간략함으로써 들어가며, 감히 부와 귀로서 부형 종족에게 더하지 못할 것이니라" 한다.(소학. 명륜제2. 명문당 刊) 한마디로 고향의 종가에 들어갈 때는 수레에서 내리라는 것이다. 비록 밖에서는 회장이요, 장관이라도 고향 종가에 올때는 ○○의 아들로, 딸로, 형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고향과 종가에 대한 예의이다.
 
농촌교회가 도시교회에 비해 열악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출향교우에게 고향교회는 신앙의 뿌리이다. 고향을 찾을 때, 농촌의 고향교회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고 기도하는 성숙한 신앙을 기대한다.

윤용주 목사 / 후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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