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엔 '복음'이 포함돼야 한다

[ NGO칼럼 ] NGO칼럼

한남식 목사
2013년 10월 16일(수) 11:37

정서적 돌봄 위해선 복음의 역할 절실, 교회들 관심 가져야

우리 상담소는 쪽방에 사시는 분들에게 상담을 통해 경제적, 정서적 지원을 하는 동시에 이들이 자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어 줌으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응원하고 있다. 쪽방에 거주하는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사랑에 굶주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분들은 가족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가족들을 버림으로써 사랑을 할 수도, 사랑을 받을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이들이 자신, 가족,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이 필요한 이유는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상담소는 국토교통부 등과 연계해 저렴한 가격으로 쪽방 주민들에게 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행해 지금까지 96가구가 입주해 있다. 열악한 주거 환경을 벗어나 조금 더 안락한 공간에서의 삶이 가능해진 경우다. 지난 4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이 주택에서 발생했는데 많은 분들이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병사하는 분들이 계시면 가족을 찾게 되고 그 동안 소식을 알 수 없었던 가족들과 통화를 하게 되는데 어떤 자녀는 모르는 사람이니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냉정하게 끊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알겠다고 하고는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시신 인계를 거절하는 자녀들의 입장을 헤아려보면 자라는 동안 아버지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한 설움과 미움 때문에 보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래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장례를 치러 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권면하면, 차갑게 거절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에 어떤 가족들은 찾아와 그 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때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상담소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정서적 도움이다. 따뜻한 격려 한 마디에 쉽게 마음을 열지만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는 연약한 존재이다. 우리가 다 연약하지만 이 분들은 특히 더 연약하다. 혼자 사는데 익숙해서 다른 이들과 함께 하기도 어려운 분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가 되고 서로 의지하는 관계가 되는 것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많은 분들이 사회복지 사업을 위해서는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복음이 없는 복지는 사람들의 자존감만 낮추어 자립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복지 서비스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우리는 우선 먹을 것과 입을 것, 잠 잘 곳만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에게 더 시급한 것은 정서적 회복임을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복지에는 반드시 복음이 들어가야 한다. 복음이 사랑이기 때문에 복음이 들어가면 사람들 마음에 사랑이 생기고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나중에는 타인을 사랑하기에 이른다. 물론 과정이 쉽지 않으나 복음은 사람을 변화시켜 사랑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복음은 차별이 없다고 하는데 이 분들을 반겨주고 진심으로 섬겨줄 교회가 있어야 한다. 상담소에서 드리는 예배를 통해 변화되는 분들을 보며 복음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분들을 섬겨줄 교회와 후원자가 절실하다.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경은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신다. 부자, 가난한 사람, 건강한 사람, 병든 자, 배운 자, 못 배운 자, 모두에게 복음이 전해져야 한다. 복음에는 차별이 없다. 적어도 이 사회에서는 소외 되었어도 복음에 소외되지 않도록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남식 목사/부산 진구쪽방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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