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홍차와 손뜨개가 있는 곳

[ 대학로 행전 ] 대학로행전

오동섭 목사
2013년 10월 14일(월) 11:11

"어서 오세요, 레이첼의 티룸입니다. 메뉴를 보시고 주문해주세요."
"저, 얼 그레이 한 잔하고, 스콘 하나 주세요."
"레이첼의 크로쉐가 뭐예요?"
"저 힐링 테이블 신청하고 싶은데요. 언제가 가능한가요?"
 
   
▲ 성균관대학교 근처 건물 2층에 위치한 레이첼의 티룸
2012년 4월 서울여자대학교 대학로캠퍼스 5층에서 더 이상 주일예배를 드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계약기간도 남았고 매월 70만원의 사용료를 냈지만 학교 측에서 건물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매 주일마다 좋은 환경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너무 감사했는데 급히 새로운 예배 장소를 찾아야만 했다. 지인들에게 예배장소를 위해 기도를 부탁하고 부동산을 돌아보며 적당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선하신 하나님이 우리에게 새로운 예배장소를 주시리라 확신하며 모든 성도들이 릴레이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감사하게 기도한지 2주 만에 성균관대학교 근처 건물 2층에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보증금 2500만원에 월세 90만원. 우선 건물을 계약하고 잔금과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필요한 재정을 위해 다시 성도들이 기도하기 시작했다.
 
2012년 6월 첫째 주. 하나님이 허락해 주신 새로운 장소에서 모든 성도들이 감사와 기쁨의 첫 예배를 드렸다. 장소를 위해 잔금을 치르고,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기까지 어려운 형편 가운데 성도들이 합심하여 기도하고 귀한 헌금을 드렸다. 또한 우리의 형편은 잘 아는 분들이 재정적인 후원과 기도로 동참해 주셨다. 갑작스러운 장소문제로 당황하고 재정적으로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성도들에게 미와십자가 교회를 사랑하시고 인도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의 깊은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예배장소를 찾고 계약한 후 성도들과 함께 공간을 단순히 주일예배 공간으로만 사용하기보다 좀 더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별히 이 지역에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며 의논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바쁘게 살아가며 지친 도시인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지게 되었다. 단지 영리를 위한 공간이 아닌 잠시 자신의 무거운 삶을 내려놓고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공감하며 논의하는 가운데 주중에는 영국식 홍차 까페인 '레이첼의 티룸'으로 운영하고 주일에는 예배장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 이 티룸은 10년 전 영국유학시절 아내가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을 때 위로를 받았던 영국교회가 운영한 '디딤돌(Stepping stone)'사역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그 사역은 어린아이를 가진 어머니를 위해 하루 2시간 정도 아이들을 돌봐주고 어머니들을 위해 홍차 한 잔과 비스킷을 제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단순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한 어머니들에게 따뜻한 홍자 한 잔과 삶의 아픔을 나누며 손뜨개를 하는 그 시간은 너무나 큰 위로와 회복의 시간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아내는 그 위로의 시간을 추억하며 개인적으로 홍차와 손뜨개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았다. 가끔 손님들이 집에 찾아오면 아내는 영국에서 사온 홍차를 대접하고 손뜨개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홍차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관련 전문서적을 구입하여 읽기도 하고 홍차 전문과정도 수료하였다. 돌아보면 홍차와 손뜨개는 단순히 아내의 개인적인 관심과 취미였지만 이때를 위한 하나님의 섬세하신 예비하심이었다.
 
교인들과 함께 티룸에 대한 운영과 메뉴들에 대해 나누며 조금씩 '레이첼의 티룸'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기본적인 메뉴와 운영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두 달 동안 내부적으로 시험적인 운영을 한 후에 9월 4일, 드디어 '레이첼의 티룸'을 오픈하게 되었다.
 
오동섭 목사 / 미와십자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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