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서 만난 AIDS 소녀 '수잔'

[ NGO칼럼 ] NGO칼럼

박종호 이사
2013년 10월 10일(목) 10:47

기아대책에 들어온지 5년이 지날 무렵 아프리카 에이즈 실태를 촬영하기 위해 모 방송국 촬영팀과 우간다 쿠미 지역을 방문했다.
 
무척 파란 하늘 아래 시골의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동안 걸어 작은 마을에 도착했고, 짚으로 만든 지붕이 듬성듬성 벗겨진 움막에서 처음 '수잔'을 만났다.
 
수잔의 아버지는 그가 10세 때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에게 병이 전염된 어머니도 2년 후 아버지를 따라 하늘나라로 갔다. 안타깝게도 당시 16세 밖에 안 된 수잔도 에이즈 감염 환자였다.
 
울듯 말듯한 표정으로 우리 일행을 맞이하는 그의 얼굴에서 깊은 병색이 보였다. 보호자가 되기로 한 숙부와 숙모는 양육을 포기했고 아이 홀로 움막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수잔은 몸도 아프지만 무엇보다 본인을 슬프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수잔을 촬영하던 사람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고,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촬영이 잠시 중단되고 움막 안에 수잔만 남겨졌을 때, 아이를 위해 기도해주고 싶어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히 수잔에게 영어로 물었다.
 
"I want to pray for you, are you Ok?"(널 위해 기도하고 싶은데, 괜찮겠니?)
 
수잔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I Need…."
 
수잔의 이 짧은 한 마디 말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울려 퍼지는 듯했다.
 
'내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 이 아프리카의 시골마을 어두컴컴한 움막 안에 있었다니….'
 
수잔의 손을 붙들고 하나님께 눈물을 쏟으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수잔도 덩달아 울고, 움막 안은 삽시간에 하나님께 부르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
 
기도가 끝난 후 수잔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휴대폰에 저장된 우리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한국 노래도 들려주었다. 굳어있던 얼굴이 점차 밝아지더니 마음을 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이 재개되기 직전 이렇게 말했다.
 
"매일 널 위해 기도할게. 예수님은 수잔을 사랑한단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수잔은 지난해 그만 둔 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다고 했다. 꼭 병을 치료해 오래 살아서 의사가 되겠다고 했다.
 
수잔과 헤어져 귀국한지 한 달 뒤 수잔이 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프다.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위해 기도했던 그 순간이 마치 꿈만 같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무관심으로 외롭게 죽음의 시간들을 견디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수잔처럼 "I Need"라고 외치고 있을까?
 
내 인생에 있어 수잔과의 만남, 그리고 기도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내 삶이 온전히 수잔과 같은 가난한 영혼들을 위해 드려지기를 소망한다.

박종호/기아대책 모금총괄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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