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 교회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복동 목사
2013년 10월 08일(화) 16:07

해외 성지순례 코스 중 중요한 곳 가운데 하나가 '카타콤(카타콤베)'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독교회사를 공부한 사람이면 카타콤에 관심이 많고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어 한다. 필자도 오래 전 성지를 순례하면서 카타콤에 들렸었다. 카타콤은 그리스도인들이 핍박을 받을 때 믿음을 지키기 위하여 숨어 살았던 지하 무덤, 땅굴이다. 핍박이 한 두 해에 끝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계속되었기 때문에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이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다가 죽어 그곳에 묻혔다.
 
세월이 흘러 카타콤에서 살던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의 자유를 얻어 카타콤에서 나와 세상 속에서 불신자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더 이상 예수님을 믿는다고 핍박을 받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게 되었다. 핍박은 커녕 오히려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국가의 권력이 힘이 되어 여러 가지 특혜를 받으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교회는 부흥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교회의 타락과 쇠퇴로 이어졌다.
 
시공(時空)을 훌쩍 뛰어넘어 한반도에 복음이 전파되고 복음을 받아들인 그리스도인들이 핍박을 받고 고난을 당하였다. 재산을 몰수당하고 문중(門中)에서 추방당하며 고향과 친척을 떠나 객지에서 살았고, 산속에서 화전(火田)을 일구고 숯을 구워 목숨을 유지하면서 믿음을 지킨 이들이 많이 있었다. 더 나아가 소중한 목숨을 바친 이들도 많았다. 세월이 흘러 환난과 핍박, 순교의 시대가 지나고 그리스도인들이 존경을 받고 대접을 받는 시대가 한반도에도 왔다. 그리스도인들 중에서 입신양명(立身揚名)하고 출세하여 세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교회의 직분을 명함에 넣어 자기를 소개하는 일들까지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도 과거 기독교회사에서 보는 교회의 타락과 쇠퇴가 시작되는 것 같아 두렵다.
 
우리는 항상 기억하고 잠시도 잊으면 안 된다. 그리스도의 몸된 지상교회는 언제 어디서나 카타콤 교회이다. 교회의 머리 되신 주님은 처음부터 가르쳐주셨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면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한 줄을 알라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요 15:18~19). 주님의 택하심과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들과 그들로 이루어진 교회는 세상에서 미움을 받는다.
 
세상의 미움을 받는 그리스도인들은 카타콤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서로 격려하고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한다. 성경에서 말씀하시지 않는가. "또 약속하신 이는 미쁘시니 우리가 믿는 도리의 소망을 움직이지 말고 굳게 잡고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 10:23~25). 은사와 사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것 때문에 분쟁하지 말고 협력하여야 한다. 주님이 가르쳐 주셨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니라"(막 9:40). 요한이 어떤 자가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으면서 주님을 따르지 않는 것을 보고 금하였다고 할 때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하나다. 모든 교회는 하나의 교회에 속한 지체들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지체들이다. 한 몸을 이루는 지체들은 동고동락(同苦同樂)하고 생사를 같이 한다(고전 12:25~26).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하나가 되어야 한다(요 17:11, 21~22. 엡 4:3). 그리스도인들이 싸워 이겨야할 대상은 주님을 미워하고 주님께 속한 자들을 미워하는 세상이다(엡 6:12, 고후 10:4, 벧전 5:8). 그리스도의 몸 된 지상교회(地上敎會)는 언제 어디서나 카타콤 교회이다.

김복동 목사 / 대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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