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노회장에 출마한 노회장

[ 기자수첩 ] 기자수첩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10월 07일(월) 16:05

현직 노회장이 부노회장에 출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실제로 벌어졌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부천노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상황이다.
 
지난 5일 열린 부천노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접수된 부노회장 후보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현직 노회장이 목사부노회장 후보로 등록하겠다며 서류를 접수시켰으니 아연실색에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이 자리에는 현직 노회장 그러니까 부노회장 후보 서류접수자가 직접 참석하여 "법대로"를 주장하며 후보등록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대로. 틀리는 말은 아니다. 부노회장 선거에는 피선거권을 가진 회원 누구나 후보로 등록할 수 있으며, 현직 노회장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법조문에 피선거권 제한 규정이 없으니 현직 노회장이라도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현직 노회장의 밀어붙이기식 주장에 선관위원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임할 때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출마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노회장에 출마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행정의 연속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회에도 그런 일은 있었다. 1924년 제13회 총회장에 피선된 이후 1947년과 1948년 총회에서 연이어 총회장직을 수락했다. 기자협회에서도 있었다. 회장을 지낸 고참 기자에게 후배 기자들이 찾아와 한번 만 더 맡아달라는 요청에 어쩌지 못하고 수락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현직 노회장은 선거가 치러지는 직전까지 사회를 보고 설교하고 모든 회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부노회장에 출마할 수 없다는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현실이 애처롭다. 현직 노회장이 부노회장에 출마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기 때문에 법조문으로 제한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말로 해줘야 하는 현실은 더 슬프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