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잔소회의는 '평화' 주제 설정의 기초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10월 07일(월) 13:02

29주년 맞는 도잔소회의…WCC 총회가 한반도 평화 위한 제2의 출발점 되길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로 열리는 WCC 부산총회를 목전에 두고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올해로 29주년을 맞은 도잔소 회의의 의미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이번 WCC 부산총회가 남북한교회들 간의 본격적인 만남을 통해 평화를 향한 단초를 제공했던 도잔소 회의와 같은 역사적인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84년 10월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도잔소에서 열린 회의는 전두환 정권의 공안통치 하에서 당초 명칭이었던 '한반도 통일협의회' 대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정의에 관한 협의회'를 사용했으며, 이후 도잔소 회의로 알려져 왔다. 도잔소 회의에는 WCC 필립 포터 총무를 비롯해서 국제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석했고 본교단도 김형태 목사(증경총회장)와 홍성현 목사(서울강남노회 은퇴)를 공식 대표로 파견했다.
 
비록 북한교회 대표들이 참석하지 못하고 서신으로만 입장을 전달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도잔소 회의의 유산은 이후 통일운동에 있어서 굵직한 흔적을 남겼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홍성현 목사는 "도잔소 회의는 1986년 9월 2~5일까지 스위스 글리온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독자협의회' 개최에 결정적인 동인을 제공했다"면서, "더 나아가 통일을 위해 반드시 감당해야 할 과제들을 담았던 88선언의 모체가 결국은 도잔소 회의였다"고 설명했다. 올 1월 세상을 떠난 오재식 선생도 생전 구술을 통해 도잔소 회의를 '평화라는 주제를 향한 기초공사'라고 평했다. 그는 "도잔소 회의는 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동북아시아라는 틀에 담았고 평화를 앞에다 내세웠다는 의미가 있는데 군사적 대결 구도가 국민을 볼모로 한 소모전이라는 전제 아래 냉전체제의 허구성과 미ㆍ소 양대 진영의 무기 판매 경쟁 등을 논의함으로써 '평화'라는 주제를 설정하기 위한 기초공사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도잔소 회의 29주년이 되는 올해 부산에서 WCC 제10차 총회가 열리는 만큼 이번 총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2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도 WCC 부산총회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한 세계교회의 소망을 담은 '한반도 평화선언'이 채택된다.

한반도 평화선언 초안 작업에 참여하는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도잔소 회의를 시작으로 88선언에 이르기까지 이어온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열정을 이제 다시 기억해야 할 때"라면서, "WCC 부산총회를 기점으로 도잔소 회의의 정신을 되살려 남북의 평화와 더나아가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한 국제관계 전반에 걸친 평화구조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까지 확장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