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둘람에서 피는 소망의 꽃

[ 대학로 행전 ] 대학로행전

오동섭 목사
2013년 10월 04일(금) 16:15
"방금 본 영화에서 각자 느낀 것을 나눠볼까?"
"저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이 반복되어지는 것 같지만 결코 어제와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에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또 한 번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미와십자가교회 청년부 아둘람 모임
청년부 모임은 몇 달 전 청년이 오픈한 영화까페 '8과 1/2'에서 진행되었다. 이제 사장인 된 청년은 모임을 위해 향기롭고 진한 커피를 내렸다. 나눔은 마치 기차가 시동을 걸고 서서히 출발해 힘차게 달리듯 처음에는 짧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다 점점 진지해지고 깊어지며 솔직해진다. 서로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보여줄 수 없는 상처를 고백하며 함께 격려하고 기도하기도 한다. 형식적인 나눔보다는 좀 더 정직하게 자신의 신앙적 고민이나 삶을 나눈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결론이 나지도 않을 때도 있고 시간이 길어질 때도 있다. 예배가 끝나고 식사 후 청소를 한 후에 2시에 시작되는 모임은 대게 5시가 넘어 끝난다. 이후에 원하는 사람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좀 더 남은 이야기를 나눈다.
 
미와십자가교회 청년부, '아둘람'의 매주 모임은 다른 주제를 가진다. 첫째 주는 설교말씀을 통해 깨달은 것, 둘째 주는 '분노'나 '수치심'과 같은 내면적인 주제, 셋째 주는 한 달의 한 권 책을 정해 각자 읽고 깨달은 것, 마지막 주는 좋은 영화나 연극을 관람하고 각자가 느낀 것을 나눈다. 주중에는 개인별 맞춤식 양육이 진행된다. 각자 상담을 통해 신앙적으로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부분이나 필요한 것들을 나눈다. 양육의 내용은 신앙의 기초에서 성경개관이나 책별 공부 또는 문학책을 읽고 나누기도 하며 자신의 고민해결을 위해 한 주제를 정한 상담적 양육하기도 한다.
 
처음 교회를 시작하면서 함께 했던 청년은 두 명이었다. 3개월 동안 창립을 준비하면서 청년은 7명이 되었다. 청년들이 한 그룹이 되어서 공식적인 청년모임을 교회 지하사무실에서 시작했다. 대부분 기존에 교회에서 신앙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청년들이었다. 교회에서 훈련을 받을 만큼 받은 청년들도 있고 오랫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 다시 교회로 돌아온 이도 있었다. 몇 주간 모이며 말씀을 나누고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고백을 하고 신앙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며 서로 친밀하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청년의 반 이상이 특별한 직업이 없거나 최근에 실직을 한 상태였다. 한 마디로 모임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실제적인 내면은 암울 했었다. 이들은 사회에 잘 적응하고 교회에 잘 적응하려고 했지만 사회와 신앙의 변두리에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각자 배움도 있고 나름 실력도 있지만 내면의 상처와 두려움과 갈등이 선뜻 무엇을 시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어느 날 청년부 모임의 이름을 스스로 '아둘람'이라고 정했다. 지하사무실에서 있는 자신들을 보니 마치 아둘람 굴에서 다윗과 함께 한 환난당한 자와 빚진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록 지금은 힘들고 어려워도 하나님의 때에 새롭게 변화될 것을 소망하는 공동체라는 의미에서 '아둘람'이라고 정했다는 것이다.
 
청년부 모임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 뒤 그들의 말대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회 등록한 청년은 19명이 되었다. 이들 중에 어머니의 극심한 결혼 반대로 깊은 낙심에 빠져 불안과 우울감에 있던 자매는 매주 일대일 양육을 통해 점차 내면이 회복되고 놀랍게도 어머니의 마음도 변화되어 결혼을 기쁘게 허락하고 결혼하여 현재 출산을 앞두고 있다. 한 자매는 갑작스럽게 실직을 겪게 되었지만 양육하는 가운데 믿지 않는 형제를 만나게 되고 그 형제를 전도하여 세례도 받고 결혼해 현재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한 형제는 오랜 고민 끝에 결단하고 용기를 내어 영화 까페를 오픈하였다. 또 다른 청년은 자신만의 극을 써 연극을 올리기도 했고, 한 자매는 자신이 꿈꾸던 배우로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현재 아둘람은 비전을 향해 진행 중이다. 때로는 북촌의 한 까페에서 때로는 매봉산 정자에서 때로는 대학로 극장이 나눔의 장소가 된다. 형식적인 신앙을 벗어버리고 좀 더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나누며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아둘람. 함께 울고 함께 웃고 기도하며 오늘을 감사하며 내일의 소망을 꽃피운다.
 
오동섭 목사 / 미와십자가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