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사랑을 나누는 사람들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10월 04일(금) 15:40
태국의 이동통신 회사인 'True Move H'의 3분짜리 광고영상이 요즘 SNS에서 화제입니다. 내용은 시장 골목에서 예닐곱살로 보이는 까까머리 소년이 약국 주인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고 있습니다. "이 녀석! 도대체 뭘 훔친거야?" 약국 주인은 소년의 머리를 쥐어박고, 고개를 푹 숙인 소년은 그렁그렁 눈물어린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약을 가져다 드릴려구요…"라고 말합니다.  
 
"이 나쁜 놈, 이리 나와!" 약국 주인은 소년을 거칠게 다뤘습니다. 바로 그 순간 근처에서 허름한 식당 주인이 끼어 듭니다. "잠깐만요!" "얘야, 어머니가 어디 편찮으시니?" 소년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입니다. 소년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식당 주인은 아무말 없이 약국 주인에게 약 값을 대신 치뤘습니다. 그리고 소년과 비슷한 또래인 딸에게 식당에서 먹을 것을 가져 오라고 시킵니다. 내성적인 소년은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약과 음식물이 담긴 비닐봉투를 받아 들고 집을 향하여 골목길을 도망치듯 뛰어갑니다.
 
어느덧 30년이란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된 식당 주인이 딸과 함께 예전의 그 자리에서 여전히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록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그는 음식을 구걸하는 홈리스들을 문전박대하지 않고 늘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그릇을 나눠주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식당 주인 할아버지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응급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식당 할아버지와 그 곁을 지키는 딸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병원은 딸에게 아버지의 병원비를 청구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할 때 무려 수천만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병원비 마련에 전전긍긍하던 딸은 결국 가게를 급매물로 내놓습니다. 힘없이 병원으로 돌아온 딸은 아버지 곁을 지키다 잠이 듭니다.
 
그 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병상 위에 놓여있는 병원비 청구서에는 금액이 '0'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청구서 뒤에는 포스트 잇 한 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당신 아버지의 병원비는 이미 30년 전에 지불됐습니다. 세 통의 진통제와 맛있는 스프와 함께…." 그 순간 딸의 뇌리를 스치는 장면, 30년 전 약을 훔치다 붙잡혀 어려움에 처했던 한 소년의 모습이 떠오른거죠. 그 때 그 소년이 늠름한  의사로 성장해 바로 아버지의 주치의를 맡고 있었던 겁니다. 그 의사는 정성스레 식당 주인 할아버지를 돌봅니다. "베푸는 것이 최고의 소통입니다(Giving is the best communication)"라는 자막과 함께 이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진실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한 사람의 아픔도 외면하지 않습니다.…<중략>…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동안은 행복합니다. 진실로 모든 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동안은 행복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어떤 편지' 중 일부입니다.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모든 이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은 더 큰 사랑으로 돌아옵니다. 주님께선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단번에 죽으실만큼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제98회 총회 주제는 '그리스도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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