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역, 원로목사님과 후임목사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김영철 목사
2013년 10월 02일(수) 14:36

필자는 2002년 10월 서울관악노회 월드비전교회에 부임하여 만 11년을 사역하였다. 월드비전교회는 1967년 故안길중목사님께서 개척하여 36년 동안 목회하시던 교회로 안길중 목사님은 은퇴와 함께 원로목사로 추대되셨고, 필자는 2대 목사로 부임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안길중 목사님은 은퇴 후 금년 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천국에 입성하셨다. 이 땅에서의 모든 수고를 내려놓으시고 하나님의 나라에서 안식하시면서 이 세상에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대한민국과 한국교회 그리고 당신께서 개척하여 목회하시던 월드비전교회를 위해 이 시간도 쉬지 않고 기도하실 것을 확신한다. 목사님과 필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하나님이 원로목사와 후임목사로 짝지어 주셔서 10년 6개월 동안 동역하게 되었다. 기도원에서 기도하시던 중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로 후임목사 청빙의 방법(한국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으로 목회하는 분으로부터 추천받는다)을 결정하셨고, 당회의 전폭적인 지지 가운데 그대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관계는 11년여 동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역의 관계였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이 곳에 이루어진 것이다.
 
목사님이 별세하신 후 많은 분들이 축하 아닌 축하(?)-이제 명실 공히 당회장으로 목회할 수 있게 되었다-를 해주었지만 필자는 오히려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목사님의 자제분은 "아버님은 인생에서 은퇴 후 10년을 가장 행복해 하셨기에 후임목사님의 이름으로 비문을 새기면 아버님이 가장 기뻐하실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하나님이 우리들을 일방적으로 사랑하셨듯 필자는 동역 기간 동안 일방적으로 사랑과 은혜를 입었다. 자연히 신뢰와 존경의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아름다운 동역의 세월을 글로 남길 생각이 있지만, 우선 필자가 만나고 겪은 원로목사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몇 가지 적어본다.
 
첫째, 목사님은 후임목사에 대하여 무슨 일이든지 믿어주셨다. 지금도 귀에 쟁쟁한 것은 "나는 무엇이든지 목사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목사님의 결정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입니다"라는 말씀이었다.
 
둘째, 목사님은 후임목사를 언제나 격려하시고, 축복해 주셨다. 후임목사가 다소 쳐져 있거나 어떤 해결해야 되는 숙제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 마치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강하고 담대하라"고 격려하였듯이, 언제나 "하나님이 목사님과 함께 하십니다"라고 말씀하시며 격려해 주시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셋째, 목사님은 날마다 교회와 후임목사와 성도를 위해 기도하셨다. 목사님의 자택에서 늘 교회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기도하셨다. 동산에서나 공원 벤치에서나 어디에서든지 틈만 있으면 기도의 손을 모으셨다.
 
넷째, 목사님은 후임목사에게 언제나 미래지향적으로 도전을 주셨다. 우리교회는 필자 부임 첫해에 교회 이름을 신생교회에서 월드비전(秘傳)교회로 바꾸었는데, 이는 전적으로 원로목사님의 자극과 도전에 힘입은 것이다. 모 그룹 회장님의 말을 인용하여 "모든 것을 다 바꾸어도 좋습니다. 이름도 바꾸어도 좋습니다. 아니, 바꾸십시오"라며 도전하셨습니다. 그리고 바꾸었더니 내 대(代)에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못 바꾸었는데 이렇게 바꾸니 너무 좋다고 오히려 칭찬하셨다.
 
다섯째, 목사님은 "나는 천하에서 제일 행복한 목사"라고 항상 '자기긍정'을 하셨다. 정말 목사님의 얼굴에는 기쁨과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여섯째, 목사님은 언제 어디서나 기회만 있으면 입이 마르도록 후임목사를 칭찬하셨다.
 
일곱째, 목사님은 최고의 취미요, 특기를 가지고 계셨다. 그것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은퇴 후 동일한 제목(빛을 찾아서)으로 모두 10권의 책을 저술하였으니(제13권 근간), 1년에 한 권씩 저술한 꼴이다. 은퇴 이후 저술을 통한 문서선교 사역에 매진하였던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동역의 관계를 몸소 이루신 원로목사님이 그립다. 총회 및 노회 시즌이 되니 한국교회의 풍토에 대해 필자가 안타까워 할 때마다 "목사님의 진정성을 알아줄 때가 곧 올 것"이라며 격려해 주시던 목사님이 더욱 그립다. 배려와 감사, 사랑과 섬김이 있었으니 원로목사님과 후임목사는 날마다 천국을 앞당겨 살았다.
 
"가장 아름다운 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목사님의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뵐 때까지 안식하소서."

김영철 목사 / 월드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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