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 박람회

[ NGO칼럼 ] NGO칼럼

김영철 목사
2013년 10월 02일(수) 14:31

생명평화마당이 주관하는 '작은 교회 박람회'가 오는 19일 감신대에서 열린다. 이 박람회는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데, 하나는 교회성장지상주의로 인한 폐해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의 심각한 양극화현상이다. 한국교회는 지난 40년간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이는 한국교회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성장지상주의가 가져온 폐해 또한 심각하다. 저마다 커지려는 욕망 속에서 신앙보다 바벨탑을 쌓는 일에만 힘쓰다 보니 공신력을 상실하게 됐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대형교회 이른바 '메가 처지(Mega Church)'의 문제는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데 있다. '메가 처지 논박'을 쓴 신광은 목사는 교회의 크기를 상대화하는 주장에 대해 강한 문제 제기를 했다. "모든 생명체는 그 개체의 활동에 적합한 크기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만일 그런 시스템이 고장 나 적정 크기에서 현저하게 벗어나면 그 개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기에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몸, 즉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교회의 크기를 상대화하는 태도는 전적으로 부적합하다.” 크기 때문에 교회의 공교회성과 공동체성을 상실하게 되면 참된 교회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장의 또 다른 이면은 한국교회의 심각한 양극화현상이다. 전체 한국교회의 대부분은 작은 교회다. 초대형교회 주변에는 생존조차 힘든 수많은 작은 교회들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2009년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교회 5만 2905개 중 93%에 해당하는 4만 9192개가 소형교회라고 한다. 그런데 전체 교인 수는 정체 또는 감소 추세 속에 대형교회로의 '수평이동'현상이 두드러져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교회는 더욱 대형화되고 개척 교회나 작은 교회의 경우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극복할 새로운 주체를 찾는 것이 이번 '작은 교회 박람회'의 목적이다. 왜냐하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고, 작지만 효율적인 교회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교회'는 그저 '규모가 작은 교회'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작은 교회들은 소위 '짝퉁 대형교회', 즉 대형 교회적 가치에 신앙적 영성이 회수된 교회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말하는 '작은 교회'는 대형 교회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소형 교회를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성공지상주의적 프로그램을 청산하려는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자 E.F.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에서 "작은 것은 자유롭고 창조적이고 효과적이며 편하고 즐겁고 영원하다”고 말했다. 이를 작은 교회론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작은 교회'는 더 소통적이며 덜 배타적이다. '작은 교회'는 소형이기에 대면성이 높으므로 목사는 신자에게 타자적인 카리스마적 존재로 부각되기 어렵다. 이와 반대로 목사와 평신도는 소통적이며 친화적 성격이 강하다. 또한 '작은 교회'는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므로 이웃과의 연대에 더 절실하다. 많은 작은 교회들은 국가 복지의 민간 위탁기관이 되거나, 사회적 기업, 기타 사회복지 활동을 하게 된다. 즉 교회는 이웃에 대한 개방성을 가진다. 이는 교인들로 하여금 이웃에 개방되고 사회와 연대하는 신앙을 갖도록 하여 교회의 공공성을 획득하게 된다. 작은교회는 다양한 교인들의 신앙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기동력과 창조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는 60여 교회를 살펴보면 대단히 개성있고 독특한 나름대로의 운영과 선교 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교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교회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탈성장시대의 새로운 주역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김영철 목사/생명평화마당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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