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자폭테러, 주일예배 마친 교회 교인 피해

[ 선교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9월 27일(금) 11:40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기도했는데…"
WCC 성명, 소수 기독교인 보호 정부에 요청
인근 거주 선교사, "기독교 시설 문닫고 평화행진으로 항의"
 
전 세계가 연이은 테러로 신음하는 가운데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한 대형 폭탄테러가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은 22일 오후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주도 페샤와르의 올 세인츠 교회(All Saints Church) 앞에서 2명의 테러범이 예배를 드린 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신자 600여 명 사이에서 자폭하면서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9월 25일 현재 사망자만도 85명에 이르고 부상자가 14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상자 대부분이 중상이어서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테러는 탈레반의 한 분파인 '잔둘라'라는 무장단체에 의해 자행됐다. 이들은 테러 수 시간 후 "미국의 무인기 공격에 보복하고자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키스탄 북서부 산악지대에 대한 미국 무인기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비무슬림을 상대로 테러를 계속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으로 파키스탄 인구 1억 9000만명 중 1.6%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테러가 발생한 올 세인츠 교회가 평소에 무슬림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교회라는 데 있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인 올 세인츠 교회는 파키스탄의 무슬림 이웃들과 더불어 평화로운 공존을 소망하면서 전통 이슬람 건축양식을 따라 교회 건물을 지었을 정도로 타 종교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 왔었다.
 
파키스탄 테러 직후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올라프 픽세 트베이트 총무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깊은 애도를 표했다. 올라프 총무는 "이번 테러가 파키스탄 안에서 매우 취약한 기독교 공동체를 표적으로 한 것이 무척 슬픈 일이다"면서, "가족과 친구, 동료를 잃은 파키스탄인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위해 세계 기독교인들 모두가 함께 기도하자"고 권면했다. 이어 올라프 총무는 무자비한 폭력의 종식을 요청하는 동시에 파키스탄 정부가 소수인 기독교인들이 고통 속에 처한 것과 종교의 차이로 인해 양분된 국가에서 사는 국민들 모두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파키스탄 전역의 기독교인들은 이번 테러를 매우 위중하게 판단하고 극히 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가 벌어진 페샤와르에서 7시간 떨어진 화이슬라바드에서 사역하는 익명을 요구한 선교사는 현재 기독교 학교들과 선교사들의 사역지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 선교사는 "이 나라에선 늘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서도 테러가 발생해 테러 자체만으로는 큰 두려움이 없지만 이번 테러는 규모가 큰데다 탈레반이 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비무슬림, 즉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매우 조심하고 있다"면서, "테러 직후인 9월 23~25일까지 파키스탄 전역의 기독교 관련 시설들이 일제히 문들 닫고 항의의 뜻을 담아 평화행진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모이는 이번 주일이 테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인데 부디 큰 사고가 없길 바라며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한국교회 교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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