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손에 들린 망치되어"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신정 목사
2013년 09월 11일(수) 10:02

사람들이 사용하는 최고의 연장 중 하나가 망치이다. 단단한 물건을 두드리고, 박고, 깨고, 부수는데 쓰이는 망치는 힘과 권위의 상징이다. 손에 힘을 쥔 사람들은 망치를 휘두르듯 그 힘으로 부수고, 깨고, 점령하여 다른 사람들을 굴복시킨다. 라면상무, 빵회장, 막말우유 등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며 갑과 을의 관계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했던 몇몇 사건들은 망치를 손에 쥔 사람들에 의해 생겨났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포함한 범죄한 나라들을 심판하시는 도구로 바벨론을 사용하셨다.
 
"온 세계의 망치가 어찌 그리 꺾여 부서졌는고, 바벨론이 어찌 그리 나라들 가운데에 황무지가 되었는고"(렘 50:23). 여기 '온 세계의 망치'는 당시 세상에 군림하던 바벨론의 힘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바벨론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손에 들린 망치임을 깨닫지 못하고 교만히 행하다가 꺾여 부서졌다. 하나님의 손에 들린 도구였을 뿐인데 마치 자신이 힘의 주인인 것처럼 교만히 행하다 꺾여 부서져 버렸다.
 
망치를 손에 든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한 사람은 미켈란젤로, 다른 한 사람은 라즐로 토스.
 
미켈란젤로는 6살 때부터 어딜 가나 망치를 들고 다니면서 망치로 예술적 사명을 감당했고, 90세의 나이로 죽기 3일 전에도 망치를 손에 들고 작업을 했다고 전해진다. 젊은 날 미켈란젤로가 한 대리석 판매 상점에 갔다. 한 쪽 구석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볼품없는 대리석을 보고 얼마냐고 물었다. "지난 10년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먼지가 쌓이고 가게는 비좁은데 여간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그냥 가져가십시오." 미켈란젤로는 그 볼품없는 대리석을 공짜로 얻었다. 그리고 망치로 조각을 시작했고, 1년 후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를 품에 안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을 담은 '피에타'라는 위대한 작품을 완성시켰다. 지질학자였던 라즐로 토스는 1972년 지질탐사용 망치를 들고 바티칸에 전시되어 있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을 향해 15번이나 망치를 마구 휘둘러 조각상의 일부를 부셨다. 똑같은 망치를 가지고도 한 사람은 작품을 만드는 예술적 힘으로 사용했고, 다른 한 사람은 작품을 부수는 힘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힘이 있으면 갑이 되고 힘이 없으면 을이 된다. 세상은 그렇다. 그러나 진짜 힘은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힘의 근원은 하나님이시고, 맡겨진 그 힘은 바르게 사용되어져야 한다.
 
"그 손에 힘이 있으므로 그것을 행하는 자는 화 있을진저… 교만하게 다니지 못할 것이라"(미 2:1-3) 선지자는 손에 쥔 힘을 믿고 망치를 휘두르듯 교만히 행하는 것을 심판하는 말씀을 선포하였다. 크던 작던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맡겨 준 힘이 있다. 이제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나님 나라는 을의 자리에 있는 약자와 가난한 자, 소외된 자를 보살피고 품어주는 나라이다. 신구약 성경에도 사회적으로 힘이 없던 과부, 고아, 가난한 자는 늘 돌봄과 배려의 대상이었고, 예수님께서도 병든 자들을 고치시며 하나님 나라의 실체를 보여 주셨다. 초기 한국 교회사를 살펴봐도 교회는 앞장서서 약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하고 그들로 교회의 중심이 되게 하였다. 철저하게 을을 중심으로 한 선교 현장이 펼쳐졌던 것이다.
 
교회는 앞장서서 약한 자를 품고 그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비전과 가치를 보여 주어야 한다. 불의한 사회적 갑을 대변하고 면죄부를 주는 교회가 아닌 시대의 아픔을 수용하고 을의 눈물을 닦아 주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자. 희망을 품고 98회기를 시작하는 교단에 속한 모든 교회들이 하나님의 손에 들린 망치되어 '작은이들의 벗이 되는 교회'로 '그리스도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신정 목사/광양대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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