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의 여름

[ NGO칼럼 ] NGO칼럼

한남식 목사
2013년 09월 04일(수) 10:02

좁은 공간에서 더위 이겨내기 힘들어
이웃들 공감ㆍ나눔 통해 열기 식혔으면
 
쪽방 생활은 일 년 중 여름철이 가장 힘들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지속돼, 우리 상담소를 찾는 분들은 한 결 같이 지친 모습이다. 두 평 남짓한 방에 창 하나뿐이니 바람이 잘 들어오지도 않고, 별도로 취사공간이 없어 방에서 음식을 만들다 보면 그 열기를 견디기 힘들 정도다. 또한 쪽방은 주로 오래된 주택이나 과거 숙박시설로 사용하던 곳이어서 샤워시설과 냉장고 등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유롭게 열기를 식히기도 어렵다. 이곳에서 사역을 시작한지 4년이 돼가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상에는 사람도 많고 사연도 많다. 다양한 사연을 간직하고 쪽방에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 알 수는 없어도 조금이나마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게 됐다. 쪽방 거주민들의 99%는 가족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자신이 가족을 버렸거나 아니면 여러 이유로 애초에 가정을 꾸민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한 때 잘 나가던 사업가였지만 부도로 일터와 가정을 잃고 힘들게 살아가는 분도 있다. 사회는 이들의 어려움을 대부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지만 우리는 사회구조나 국가정책의 잘못으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분들을 이해하려면 마음을 터놓는 대화가 필요한데 그들의 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상담소에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쪽방촌 주민으로부터 "소장님이 우리같은 사람들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게 됐다. 아마도 그는 목회자인 필자가 편안한 삶을 살아왔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필자가 어린시절 가난했던 경험과 사업에 실패한 경험들을 들려주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며 그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기울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쳐지거나 소외당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같다. 마태복음25장에서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을 보고 선행을 베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주변의 연약한 이웃들이 예수님으로 보일 때 이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나누면 부족할 것 같지만 나눠본 경험자들은 더 풍족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나눔에 앞장서지 않으면 누가 이 일을 대신하겠는가. 나중에 주님이 "지극히 작은 자에게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실 때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기다리는 이웃들에게 교회와 신앙인들이 작은 행복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남식 목사/부산 진구쪽방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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