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쟁 피해 여성들 지원하는 '나비기금'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8월 22일(목) 11:15
"아픔, 날려보낼 수만 있다면"
 
두 정신대 피해 할머니의 기부 의지에서 출발
약자 돕는 약자의 모습에서 진정한 나눔 배워
 
   

'나비.' 일반적으로 나비는 자유, 아름다움, 성장, 초월을 상징하는 곤충이다. 잎을 갉아먹으며 느릿느릿 기어다니는 애벌레가 번데기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나비로 변모하는 이 곤충의 일생은 우리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주는 고마운 존재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윤미향)의 상징물은 '나비'이다. 나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의 상징물로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날개짓하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에는 이 나비가 우리나라를 넘어 전쟁 중 성폭력으로 고통받은 세계 여성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얼마 전 이 나비는 '나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콩고민주공화국과 베트남의 고통받는 여성을 찾아갔다.
 
나비기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지난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일본정부로부터 받게 될 법적배상금 전액을 전쟁시 강간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면서 시작된 기금이다. 정대협은 법적배상 실현 전까지 할머니들의 뜻을 이어받는 이들의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나비기금'을 만들기로 결의하면서 모금이 시작됐다.
 
이러한 할머니들의 뜻이 알려지면서 사회 각계 각층에서도 동참의 손길이 이어졌다. 가수 이효리 씨가 최초로 500만원을 기부금으로 전달했고, 이어 인명여고 1036명의 모금을 시작으로 학생들의 모금활동도 이어졌다. 또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나비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대표적 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 조합원 및 여성단체들도 모금활동을 전개해 힘을 보태고 있다.
 
나비기금이 탄생시킨 두 할머니들도 자신들의 쌈짓돈을 나비기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김복동 할머니의 경우는 자신의 미수연 잔치에 참석한 이들이 전한 축하금 85만원을 고스란히 나비기금에 넣어달라고 했다는 미담이 윤미향 상임대표에 의해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 레베카 마시카 캣슈바

나비기금은 1차로 1500여 만원이 모금돼 지난해 5월 5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개관식에서 콩고 내전 중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한 레베카 마시카 캣슈바 씨에게 기금을 전달했다. 레베카 마시카 캣슈바 씨는 1998년 내전 중 남편을 잃고 당시 9살과 13살이던 그녀의 딸들과 함께 강간피해를 입은 후 남편의 가족으로부터 쫓겨나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음해에 마시카는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 지역인 남 키부(South Kivu)에 있는 그녀의 집에서 '경청의 집(listening house)'을 열어 자신과 같은 여성들을 위한 피신처로 제공하고 있다. 마시카는 2002년 '경청의 집'을 'APDUD'로 이름을 바꾸고 피해 여성들의 회복과 의료지원을 돕는 일을 계속하여 6000여 명에 가까운 강간 피해 여성들을 지원해 왔다. 2009년에는 콩고 군부로 새로이 흡수된 전 반군들이 의도적으로 그녀를 찾아와 강간과 구타를 자행하기도 했으며, 그녀의 일을 돕던 어머니마저 강간 후 살해했다. 그러나 마시카는 계속적인 다른 공격의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정대협은 나비기금으로 지난해 6월부터 마시카에게 매월 미화 500불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 1960~1975년까지 이어진 베트남전쟁 시 파병된 우리나라 군인들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들과 그 속에서 태어난 한국군 2세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추가로 하기 시작했다.
 
한국군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우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같이 대부분 결혼을 하지 못하고 홀로 살고 있으며, 2세들은 40세 정도의 나이가 됐다. 이들은 대부분 농사, 어업 등에 종사하거나 일용직을 전전하며 평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대협은 올해 초부터 한국군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피해 할머니 11명에게 매월 생활비 미화 100달러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5월 말에는 두 명의 한국군 2세에게 각각 미화 6000달러와 4000달러을 자립지원금으로 보냈다. 자립지원금을 받은 이들은 밭을 임대해 농사를 짓고, 가게를 임대해 자립할 수 있게 됐다.
 
길원옥 할머니는 올해 베트남 피해여성과 2세들에게 나비기금을 전달하며 "우리도 억울하게 당했지만 우리들로 인해 베트남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니까 한국 국민으로 너무나 죄송하다"며, "단 1년에 몇 만원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고, 보탬이 되도록 우리도 열심히 나비기금을 모아서 생활비에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듣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죽을 때가 다 되었지만 앞으로의 커가는 후손들과 어린이들은 절대 전쟁이 있어서 안되니 각국에서도 전쟁 없는 나라가 되도록 열심히 힘을 써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입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상처 입은 이들이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돕는 할머니들과 시민들의 정성이 전쟁과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이 땅에 평화를 꽃피우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나비의 날개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라 하겠다.
 
※나비기금 참여방법
①박물관 관람 후 모금함에 직접 기부하기
②온라인 계좌로 송금하기: 국민은행 069137-04-010752 / 예금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나비기금)
 
※나비기금 관련 문의 및 참여 신청
①이메일: nabihope@daum.net / war_women@naver.com
②전화: 02-392-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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