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의 두 렙돈

[ NGO칼럼 ] NGO칼럼

박종호
2013년 08월 21일(수) 09:20

"나눔ㆍ행복ㆍ감사, 주어진 환경과 무관"
어려움 가운데 이웃 돕는 후원자 많아
 
지난 6월 한 후원자가 아프리카 우물 공사비 1400여 만원을 보내왔다. 후원자를 만나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수원을 방문했다. 기아대책 해외 아동 결연으로 꾸준히 후원해오고 있는 그는 배려심 가득한 눈빛의 선한 인상으로 우리를 맞았다.
 
'보내주신 후원금이 선교사님과 현지의 어려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그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후원을 어떻게 결심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후원자는 잠깐의 침묵 후 어렵게 말을 이었다.
 
"3년 전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모든 것을 잃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남편이 3년 동안 신문배달을 해 생계를 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중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이 새롭게 열렸어요. 너무 감사해 수입을 쪼개 후원하게 됐습니다."
 
3년 전 사업 실패 전에도 이미 후원자 가족은 생활비가 부족해 힘들게 살았다고 한다. 형편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빚이 아직 남아있어요. 하지만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선교사님들의 사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 기쁜 마음으로 후원합니다. 저는 풍족하게 살고 있습니다. 절약의 요령을 알거든요. 가르쳐 드릴까요? 문 닫을 시간 즈음 마트에 가면 유통기한을 얼마 안 남긴 제품을 90% 세일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구입해 냉동실에 두고 먹으면 됩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아끼면서도 풍족하게 지낼 수 있어요."
 
자리에 함께 나온 후원자의 딸은 대학시절 어려운 형편에 차비를 아끼기 위해 지하철을 타지 않고 30분씩 걸어다녔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도 꾸준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부모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지금은 대기업에 다니며 결혼도 했다. 자녀들은 이제 조금 형편이 나아졌으니 본인을 위해서도 쓰라고 하지만, 후원자는 한사코 더 어려운 사람을 먼저 돌본단다.
 
후원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두 렙돈을 드린 과부(눅 21:1~4)'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으로서 내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사역하고 있는가?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주님께 드리고 있는가?
 
예수님은 보여지는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중심을 보신다. 그래서 많은 헌금을 낸 부자들이 아니라 전부를 드린 과부를 칭찬하셨으리라. 예수 그리스도의 삶 역시 하늘 보좌를 떠나 죄인인 우리를 위해 내어주셨다.
 
기아대책에서 일하다 보면 어려운 중에 내 것을 아껴 다른 이를 돕는 소중한 후원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전 재산 두 렙돈을 드린 과부를 떠올리게 하는 후원자들의 손길에서 겸손과 믿음을 배운다. 복음성가 '소원' 노랫말처럼 '나의 낮음을 알고 그 분의 크심을 알며' 나 역시 겸손하게 다른 이들을 섬기기로 새삼 다짐한다.

박종호/기아대책 모금총괄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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