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간병과 자녀 양육, 살림살이에 목회까지

[ Book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3년 08월 16일(금) 16:28
하나님 은혜로 세 아이 홀로 키우는
'엄빠' 김병년 목사의 소소한 일상
 
아빠, 우린 왜 이렇게 행복하지 / 김병년 지음 / 포이에마
 
   

셋째 아이를 낳은지 3일만에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지난 8년 동안 아이들은 자라면서 당연히 받아야 할 양육의 기회를 잃었고, 남편으로서 누려야 할 많은 것을 잃었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해가고 싶은 '고통'. 그러나 태어난지 사흘 뒤로는 지금껏 단 한번도 자기 이름을 불러주는 엄마 목소리를 들어본 적 없는 아홉살 된 막내딸 윤지는 "아빠, 우린 가난한데 왜 이렇게 행복한거야?"라고 묻는다.
 
고통의 한 가운데 있을지라도 누릴 행복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주는 책 한 권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페이스북을 통해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아내와 고등학생이 된 큰 딸 '춘녀' 붕어빵 큰 아들 '춘돌'-저자가 한창 사춘기를 겪는 두 자녀를 부르는 별명- 그리고 막내 딸의 소소한 일상을 솔직하게 공유해온 김병년 목사(다드림교회)가 그간의 이야기와 사진을 더해 엮은 '아빠, 우린 왜 이렇게 행복하지'(포이에마)를 펴냈다.
 
아내가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큰 딸 춘녀의 아침밥을 챙기는 일도, 막내를 학교에 보내는 일도, 그러면서 목회 사역을 하는 일도 온전히 저자의 몫이고 삶의 전부가 되었다. 아내의 간병과 자녀 양육과 살림살이와 목회를 병행하는 저자의 별명은 '엄빠'이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모두 한다고 해서 자녀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자녀들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때로 투정부리는 솔직한 모습 속에서, 너무나 간절하게 아내에게 '여보'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토로하는 글 속에서 독자들은 함께 웃고 함께 운다.
 
그 무엇보다 '함께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는 말도 하지 못하고 손짓 하나 할 수 없는 아내 곁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을 삶과 글로 표현한다. 자녀와 가족, 교회, 이웃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내가 겪는 지금의 고통이 고통이 아니고 아픔이 아픔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결핍을 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공유하고 남과 비교하느라 이미 주어진 기쁨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깊은 회개와 반성이 삶을 훨씬 가볍게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란 "나를 가장 나답게 훈련시키는 거룩함"이라고 말하는 저자. "딸 아이는 자랄 수록 어렵고 아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자녀들을 양육하기에 한없이 미숙하기에 이 아이들을 망가트리지 않기 위해서 하나님에게 맡긴다"며 홀로 세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아버지로서, "성도들을 더욱 잘 돌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느끼고 있다. 그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고 사명"이라는 목회자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그가 살아내야 하는 세상은 뾰족한 아픔이지만 반짝이는 삶이다.
 
'엄빠'로서의 바쁜 시간을 쪼개 세 자녀와 따로 밖에서 만나 데이트도 하고 딸의 친구들과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는 열혈 '엄빠' 김병년 목사. 지금의 삶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내일의 염려로 불안해 하지 않고 현재 임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페이스북을 시작했고, 그렇게 세상과 사람들을 힐링했던 저자는 오늘도 되풀이되는 아픔 속에서 여전히 반짝이는 행복이야기가 있다며 세상을 그리고 타인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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