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값 또 오른다고?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8월 09일(금) 09:59

하룻밤 난방비 몇백 원에 우는 사람들
한여름에 겨울 걱정 "생활고 한파 최저될 듯"
철저한 여론 수렴ㆍ서민 배려 없는 점 아쉬워 
 
   

"지금도 살기 힘든데 연탄값을 또 올린다고?"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의 달동네 일명 백사마을에 살고 있는 박해숙 할머니(79세)는 연탄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겨울 5개월 동안에 아궁이와 난로를 합쳐 1000장 가까이 연탄을 때요. 우리집은 그래도 배달차가 닿을 수 있어 장당 500원 받는데 저 위에 조금만 올라가도 인부들 인건비가 들어서 700원 받는다고. 연탄을 땔 정도로 없이 사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값이 오르면 더 살기 힘들지. 특히 백사마을은 지대가 높아 아궁이에도 때고, 난로도 피워야 해요. 가격 오르면 정말 살기 힘들어집니다."
 
백사마을 위쪽으로 골목 골목을 돌아 만난 김영대 할아버지(82세ㆍ가명)는 "겨우내 너무 추워도 서울연탄은행에서 지원해주는 연탄 300장 정도만 때며 이불을 두르고 겨울을 난다"며 "연탄값이 오르면 내 돈으로 연탄을 살 엄두를 더 못낼 것 같다"며 수심 깊은 얼굴을 했다.
 
#연탄값 인상 전망에 서민들 울상
 
최근 대한석탄공사가 연탄가격을 8월 초 기습인상하려고 한다는 일간지의 보도가 잇따랐다. 지난달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연탄 원료인 무연탄을 판매하는 대한석탄공사가 1조4,000억 원대에 달하는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해 무연탄 가격을 연평균 5% 인상하는 내용의 가격현실화 방안을 정책 건의하기로 했다는 것. 산업부도 최근 '석탄 및 연탄 원가 계산을 위한 용역'을 한국광해관리공단에 의뢰해 지난달 초 결과를 제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 알려진 것이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연탄가격을 인상하려 했으나 대선에서 서민들의 표심 등의 여파가 고려되어 동결된 바 있다.
 
현재 연탄 한 장당 소비자 가격은 489원. 연탄을 사용하는 이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최하층임을 감안해 정부는 연탄 한 장 당 보조금은 322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02년까지 무려 14년 동안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2006∼2009년에는 가격 현실화를 이유로 매년 20∼30%씩 오르기도 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는 가격 동결 상태다.
 
우리나라의 연간 연탄 소비량은 약 4억5,000만장. 대부분 서민들의 난방 연료나 조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상 시도 뒤에 숨은 또 다른 이유
 
정부의 연탄값 기습 인상 움직임이 알려지자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연탄값이 약 5% 정도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현재 489원하는 연탄 한장이 513원이 되는 셈인데 배달료를 포함하면 장당 6백여 원, 고지대의 경우는 7백 원, 외딴 오지나 섬 지역은 최고 1천원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세간에 알려진대로 연탄값이 5% 정도가 인상되면 한장 당 500원에 1000장을 구입하는 사람의 경우 2만5000원의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고, 지대가 높아 장당 1000원에 구입하는 집의 경우 겨우내 1000장의 연탄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5만원의 돈이 추가로 든다. 금액적으로 크지 않지만 난방을 연탄으로 하는 이들의 경우 수입이 미비하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소폭 인상에도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여기에 최근 각종 물가와 공공요금을 비롯해 전셋값, 우윳값, 기름값, 식탁물가 등이 줄줄이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서민들을 위해 연탄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복지사역을 하고 있는 밥상공동체ㆍ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 "전체적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 서민의 연료인 연탄가격마저 인상되면 에너지빈곤층과 영세노인 등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의 겪는 경제적 부담과 고충은 10배 이상 가중되어 삶의 의욕조차 좌초되고 난방비를 아끼려고 냉방에서 생활하다 자칫 동사할 우려까지 있다"며, "더욱이 연탄가격 인상배경에 연탄관련 공기업의 1조 4000억 원의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무연탄가격을 연평균 5%인상하려 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은 참담하고 서글프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밥상공동체ㆍ연탄은행은 이번 연탄가격 인상 시도가 서민들의 경제적 고충을 가중시키며 합리적이지 않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밥상공동체ㆍ연탄은행은 이번 연탄가격 인상 시도가 잘못된 이유로 △그동안 연탄가격 인상 시 한 차례도 여론수렴 등을 위한 민주적인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은 점 △연탄소비가 감소되고 고착화되는 현실에서 또다시 연탄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 △연탄가격 인상 뒤에는 다른 배경이 있는 점(무연탄을 판매하는 대한석탄공사는 1조 4000억원대 달하는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한 재무관리 방안으로 무연탄가격을 연평균 5% 인상하는 내용을 정부에 건의함) △정부의 연탄수요 예측 실패 △연탄쿠폰 지원시 가구조사, 선정, 전달체계에 많은 문제가 발견된 점 등을 꼽으며, 가격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밥상공동체ㆍ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 "서민 연료인 연탄이 장당 1000원 하는 시대"라며, "정부는 연탄 가격 인상 정책보다 연탄을 때지 않아도 되는 경제구조와 생활이 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공공요금ㆍ교통비 등 물가 인상 이어질 듯
물가인상으로 서민들의 등골이 빠지고 있다. 지난해 선거로 인해 가격을 인상하지 못했던 공공요금들이 들썩이고 있어 하반기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때아닌 전셋값 폭등을 꼽을 수 있다. 이사철도 아니지만 전세가격이 폭등해 서민들이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이미 전세를 살고 있던 이들은 전세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요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택시비도 지역별로 이미 올랐거나 인상대기 중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도시가스 요금과 대중교통 요금 등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세종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했고, 제주도에서도 지난 7월부터 택시요금을 인상했다. 경남과 충남 공주시 역시 택시요금이 일제히 올랐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택시비 인상논의가 진행중이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택시비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조만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우편요금, 전기료, 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까지 더해져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농수산물 가격도 장마와 폭염을 차례로 겪으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휴가 특수와 함께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가 겹치면서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올랐다. 배추, 양배추, 상추, 오이 등이 많게는 78%에서 적게는 10%까지 올라 서민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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