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게시 문화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젊은이를위한팡세

전혜정 총장
2013년 08월 08일(목) 17:11
소비ㆍ향락 조장 퇴폐광고
국내 대학들 무방비 상태
오염 막으려는 노력 절실

어느 무더운 초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를 지날 때 느낀 일이다.

먹고 마시고 노는 집들이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우고, 각종 구인, 홍포 포스터와 선정적인 네온싸인들이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서는 나라 경제의 위기 상황을 언급하지만, 주변 거리의 분위기는 먹고 놀자는 소비 내지는 향락 문화를 부추기는 것들로 가득찬다. 어디 우리가 다니는 길거리 뿐인가? 안방 깊숙히 들어와 있는 TV의 현란한 광고에 가족 모두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이러한 광고들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주는 본래의 역할을 넘어서, 건전한 소비의식을 마비시키고 결과적으로 말초신경적인 쾌락을 탐하는 비생산적이고 퇴폐적인 인간을 만든다는 것은 지각 있는 이에게는 상식이다. 그래서 이러한 소비와 향략을 조장하는 광고에 특정한 제어장치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금방 부패하여 결국은 몰락될 것이라고 많은 사상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에서 선진국일수록 상업적 광고에 있어 현실적으로 까다롭고 엄격한 규제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대학은 과거의 역사를 보존하는 전통성의 기초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이룩하려는 창조적 집단이다. 그래서 대학 문화는 기존사회보다는 미래지향적이기는 하지만, 오랜 역사의 전통을 잘 보전하려는 상아탑적인 보수성도 강하다. 대학 캠퍼스는 지성인들의 공동광장으로, 일반 소비사회와는 다른 문화와 풍속을 유지해왔다. 지난 여름방학 때 역사가 깊은 유럽대학 캠퍼스를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우리보다도 더 다양한 광고를 하지만, 광고가 승인된 곳 외에서는 이들의 재미난 광고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지정된 지역을 준수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물론 교실이나 복도 등도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캠퍼스내 자동차 운행도 원천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주차장을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운동장에 배치함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조용하고 깨끗하게 정리된 캠퍼스를 통해 은연중에 이들의 진지한 연구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광고문화를 통해 이들의 질서의식과 전통적인 대학문화의 순수성을 잘 보전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 놀이나 게임에도 일정한 규칙이나 법이 있듯이 광고행위에도 일정한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계 내지는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쾌락을 탐하는 소비적인 대중들이 아니라, 진리와 참된 정의를 추구하며, 미래 사회의 생산적 인간임을 지향하는 대학인들 자신이 무질서한 광고가 난무한 '대학문화의 오염'을 외면한다면, 그들 스스로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전혜정 총장/서울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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