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로 만드는 '반대'

[ 기자수첩 ] 기자수첩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8월 05일(월) 15:30
"우리교회 교인들은 WCC 총회가 열리는 부산 근처에도 가지 마십시오. 나쁜 단체들이 모인 것입니다."
 
최근들어 주일마다 강남의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교인들에게 전하는 광고의 한 부분이다. 물론 이런 광고를 하는 교회가 전국적으로 보면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들어 WCC를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가 비교적 잦아 들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WCC'와 '죄'를 동일시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수가 적지 않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검찰에서 WCC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모 인사까지 포함시킨 가운데 반대대책위원회를 조직했으니 WCC에 대한 반대는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구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전히 1960~70년대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일었던 용공주의 논란에 매몰되어 있는 수준이고, WCC가 동성애를 지지한다든지 다원주의라는 비난도 이미 해명이 끝난 부분이다. 반대론자들도 WCC가 정책결정을 할 때 총대 전원이 합의해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를 홍보하지는 않는다. 다시말해 WCC가 동성애 지지나 다원주의 지향과 같은 일을 절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중요한 내용을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반대논리를 펴기에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무조건적인 반대는 결국 한국교회 안에 불필요한 '진영논리의 잔재'만을 남길뿐이다. 이런 내부갈등은 더나아가 한국교회의 분열로, 자중지란으로 이어질 것이며 종내에는 교세의 지속적인 감소로 직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한국교회 공동의 미래를 생각할 때 무엇이 바른 길일까. 스스로 답을 구하고 자중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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