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좌담회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 교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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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22일(월) 13:14
"정의 없는 평화 없고, 평화 없는 생명 없다"
전 세계교회 하나 될 때, 중대한 과제 수행해
 
상대 존중ㆍ경청,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시간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 개최, 한반도 평화 정착 기대

   
 
전 세계 5억 여명의 기독교인들을 대표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 총회가 이제 고작 90여 일을 앞두고 있다. 10월 30일~11월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이번 10차 총회에서는 1982년 WCC가 발표했던 '선교와 전도:에큐메니칼 확언'을 대대적으로 보완한 '함께 생명을 향하여:변화하는 지형에서의 선교와 전도'(Together towards Life:Mission and Evangelism in Changing Landscapes)를 주제로 한 새로운 선교선언이 발표돼 기독교의 미래 선교 지평을 열게 된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열리는 총회인 만큼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슈가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평화열차의 평양 통과와 북한 대표의 참석 여부 등이 초미의 관심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만약 두가지 사안이 모두 성사됐을 경우 WCC 총회가 남북관계 정상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은 전혀 지나치지 않았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번 WCC 제10차 총회가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더불어 한국교회는 어떤 자세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을 맞이해야 하는지를 두고 두번째 좌담회가 열렸다. 지난 12일 노량진 CTS 기독교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차 좌담회에는 전 성공회대 총장 양권석 신부가 사회를 맡았으며, 부산장신대 배현주 교수를 비롯해서 감신대 박종천 총장, 한신대 김주한 교수, 백석대 최갑종 총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WCC 10차 총회에서 다루게 될 내용을 비롯해서 복음주의권에서 전망하는 WCC 총회의 중요성 등에 대해 풍성한 대화가 오갔다. <편집자 주>
 
양권석 :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에서 WCC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가 열린다. 먼저 WCC 총회 어떻게 보아야 봐야 할까.
 
박종천 :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첫 총회를 돌이켜보면 당시 서구교회 중심의 연합운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구 중심의 총회가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교회 모두가 참여하는 총회로 지형변화가 일어난다고 볼수 있다. 140개 나라라면 전 세계 모두를 망라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세계교회협의회는 전 세계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하나님이 이 시대에 우리에게 원하시는 사명이 무엇인가 돌아보고 주님 안에서 기도하며 응답을 구하는 선교적 모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양권석 : 하지만 현재 한국 교회 안에서는 WCC에 대한 오해와 의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갑종 : 저 자신이야말로 예장 고신 총회 출신으로 가장 보수적인 복음주의 신학자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보수교단에서 WCC에 대해 우려하는 많은 소리를 듣게 된다. "WCC는 용공이다, 공산주의를 찬양한다, 하나의 치리기관처럼 초교회 슈퍼처치를 지향한다, 인본주의다" 등의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죠. 최근에는 다원주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제 자신이 몇 년 동안 철저히 조사를 했다. 그런데 확인결과 보수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WCC는 용공도, 자유주의도, 그렇다고 다원주의도 아니었다. 종교다원주의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원자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 문제인데, 과연 WCC가 공식문서를 통해 이런 주장을 했느냐 살펴 보았다. 그러나 우려하는 내용은 없었다. 보수교회들이 WCC의 공식문서를 통해 연구하지 않고 피상적인 견해로 오해하고 곡해한다면 이는 전혀 크리스천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주한 : WCC 역대 총회의 주제는 삼위일체 신학의 틀 안에서 정해왔다. 이번에도 물론 총대들 가운데 종교다원주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교회들은 이 문제를 내놓을 것이다. 그들의 나라에서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WCC는 회원들의 만장일치를 통해 입장을 발표한다. 결국 WCC는 다원주의가 아닌 다른 종교에 대해 열린 논의를 진행하는 '포용주의'라고 할 수 있겠다.
 
양권석 : 부산총회 주제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이다. 이렇게 정한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배현주 : '생명과 평화'는 지난 수십년 간 에큐메니칼 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그런데 이번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상당히 심오한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지구는 유래없이 신음하고 있고, 재난의 규모도 커졌다. 폭력도 예측 불허의 상황인 위험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땅에 풍성한 생명을 주기 위해 오셨다. 정의 없는 평화는 가능하지 않고, 평화 없이는 풍성한 생명을 누릴 수 없다. 전 세계 모든 교회가 힘을 합할 때 이러한 중대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는 우리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삼위일체의 인도 없이는 이끌 수 없다는 겸허한 고백이기도 하다.
 
최갑종 : 생명은 생태학적 의미도 있지만 반드시 영적 생명을 포함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예수님 자신이 생명이고, 이 생명을 보다 포괄적인 영적 생명, 부활적 생명으로 이해하는 것이 총회를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권석 : 이번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박종천 : 아시아에서 열리는 두 번째 큰 경사인데 이것이 서울이 아니라 부산에서 열린다는 점에 강조점을 두고 싶다. 안타깝게도 부산지역 교회 4/5가 반대를 하고 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사회선교의 측면이 강조되면서 초월적 하나님에 대한 것을 소홀히 한 것이 오해를 불러오기도 했겠다. 감사한 것은 초월적 하나님에 대한 순교적 믿음이 한국 교회 안에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 교회가 하나님께 쓰임받는 이유이다. 이번에 한국 교회의 순수한 복음적 신앙과 한국 교회가 품어야 할 에큐메니칼, 초월적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무너뜨리지 않는 기본을 지키며 총회를 이끌어 간다면 부산총회는 세계 역사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최갑종 : 복음주의권인 우리가 듣기에 참 반가운 말씀이다. 진보적 성격을 가진 분들이 비록 인권과 평화 등 수평적인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도 수직적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은 것처럼 복음주의권도 좀더 인권과 평화, 그리고 지구촌 문제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 모두 수직과 수평의 균형을 똑같이 맞추어 나간다면 좋은 총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양권석 : 이미 이곳에서 에큐메니칼 대화가 이뤄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부산총회에서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배현주 : 열흘에 걸쳐 총회가 열리게 되는데 개회예배와 폐회예배라는 큰 틀이 있고 매일 기도회와 성경공부를 하는 영성적 틀로 이뤄져 있다. 개막식은 대통령 축하인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할 예정이고,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도 초청되어 있다. 그만큼 국가적이고도 세계적인 총회의 위상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본다.
 
에큐메니칼 대화와 마당이라는 소통과 축제의 장도 마련되어 있고, 모든 선교 사업과 영적 과제들을 제시하는 세션도 진행된다. 각각의 교회 전통별 자체 모임도 열린다. 정교회, 개신교, 성공회, 루터교, 감리교 등 개혁교회 각 전통들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또 대륙별 모임도 열린다. 공식 일정에는 없지만 이번에는 해외 참가자들이 한국의 새벽기도를 체험한다. 부산에 있는 지역교회 새벽예배에 참여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와 판문점과 비무장지대를 방문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양권석 : 다양한 기도와 예배, 그리고 축제가 어우러지는 모임이 될것 같다. 그렇다면 총회에서 다뤄지는 중요한 문서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알려달라.
 
김주한 : WCC 총회는 매번 공식문서를 채택한다. 7년 동안 수행한 선교적 과제를 평가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일치와 선교, 정의와 평화 관련 문서가 나오고 총 5개의 공식 문서가 발표될 것이다. 특히 선교문서는 30년 만에 새롭게 발표된다. 21세기 선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서 정의와 평화의 문제가 선교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최갑종 : 이번 10차 총회의 큰 성격중 하나가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행사를 통해 남북이 서로 만나고 하나가 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 핵전쟁의 위험이 사라지는 장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 발표되는 문서 중 경제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있는데, 한국 사회의 경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조경제'를 주장하고 이것이 부를 창조하는데 집중된 경제정책이라고 본다면 WCC가 내놓게 될 '생명 경제'는 부의 분배에 집중하는 경제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의미있는 내용들이 국민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양권석 : 부산총회에 대한 기대들이 있으실 텐데요. 한 말씀씩 부탁 드린다.
 
박종천 : 에큐메니칼 운동은 열린 공동체 안에서 서로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초월적 신앙고백은 강한데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대화하는 것이 약하다. 에큐메니칼 대회를 넘어 대화와 경청의 문화가 가정과 교회, 총회와 신학교 등에서 확산되길 원한다. 이번 기회에 한국 교회가 갱신을 위해 기도하고 다시 예수님을 향한 첫사랑으로 돌아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다른 인종과 문화, 성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그들의 입장에 무조건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도와주고 복음적으로 인도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최갑종 : 어느 집안이나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손님이 오면 멈추는 게 인지상정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국제적인 기독교 행사가 열리는데 이 행사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가 싸우는 모습은 이제 중지하고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형제와 자매들을 맞이하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도록 도와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총회가 끝난 후 비판하면 될 것이다.
 
또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 한국 교회가 정체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길 바란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우리 신앙의 순수성을 알리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WCC 총회에 담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하고 하나님의 계획이 잘 이뤄지도록 한 마음으로 치러내길 기도한다.
 
김주한 : 부산총회에서 다뤄질 의제는 생명과 평화, 정의를 갈망하는 한국 교회의 열망을 세계인의 가슴 속에 심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경색되어 있고 단절된 남북관계의 현실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배현주 : 어떤 해외교회 인사가 이런 말을 전한 기억이 난다. 한국 교회 안에 기도하는 열정과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 한 예언자적 열정, 선교의 열정이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와 같은 한국교회의 장점들을 꼭 세계 교회와 나눠달라고 당부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이번 총회에 한국 교회의 강한 전통과 강점을 나누고 세계 교회로부터 배워야할 것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여 서로가 풍요로워지길 원한다. 20세기 초에 평양 대각성운동이 일어났다면 21세기 초 대한민국에서는 한국 교회가 에큐메니칼 대각성을 이뤄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양권석 :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WCC 제10차 총회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들이 되길 소망한다. 긴 시간 대화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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