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성 갖춘 여성 선출 제도 마련돼야"

[ 교단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3년 07월 22일(월) 11:26
노회 임원도 여성 극소수, 절반 이상이 '첫 총회'
"WCC 총회 앞두고 세계교회 현황 등 참고해야"
 
이번 제98회 총회 여성총대는 14명으로 65개 노회 중 12개 노회에서만 여성을 총대로 선출했다. 이 가운데 노회 임원이면서 여성총대로 선출된 여성은 단 한명. 여성에게 총회 총대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이번 총회에 총대로 참석하는 여성 총대 가운데 이숙자 장로를 비롯해 김예식 목사, 민경자장로, 박정순 장로는 많게는 6번, 적게는 4번까지의 경험으로 총회를 앞두고 총회 이슈와 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지만, 여성 총대의 50%가 이번이 처음으로 의사결정 보다는 전체적인 총회의 흐름 파악에 치중될 것으로 보여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총회에 한국교회 여성을 대표해 참석하는 총대 여성들은 어떤 마음일까.
 
서울 강남노회 김예식 목사(예심교회)는 지난 총회까지 5번 참여했다. 김 목사는 "지난 1993년, 소망교회에서 있었던 80회 총회에서 소망교회 전임전도사로 사역하면서 총회 방청석에서 총회를 지켜봤다"면서 "그 당시 여성이 전무한 총회를 보면서 70%정도의 성도가 여성인 한국교회 현실에서 이는 너무나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1994년 여성안수가 통과 된지 19년이 흘러 안수는 실현됐으나 여전히 1%미만의 여성총대 배출은 우리 교단의 의사결정에 여전히 여성이 변두리인 소수자, 소외자인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우리 교단의 총대들이 여성안수를 다수 표결에 의해 통과 시켰다는 것은 여성들은 물론 교회성도 전체를 지도하고 섬기도록 여성 지도력을 총회가 인정하고 동등한 의사결정권자로서, 대등한 파트너로서 인정했다는 의미"라면서 "그러나 현실은 교회 내에서 여성 리더십이 표류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또 "여성위원회 설치는 그런 의미에서 필요하고 이를 힘있게 추진하기 위하여 총회임원회가 즉각적이고 적극적 지원이 있어야한다"고 촉구했다.
 
4회의 총회 경험이 있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 회장 민경자 장로(서울북노회 장위중앙교회)는 "WCC총회 총대는 남녀 비율이 같아야 하고 청년도 3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안다. 교단이 WCC 총대를 준비하면서 혹시 교단 총회에 여성총대가 대거 참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면서 "특히 작년부터 총회에 20명 이상 총대를 보내는 노회는 의무적으로 여목사 여장로 1명씩 총대로 보내줄 것으로 청원하고 있는데 어디서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민 장로는 "총대로서뿐 아니라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성총대가 1회성 이벤트로 끝나기 때문에 연속성이 없다. 정책적인 제도가 분명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 장로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 회장이 되면서 여성총대로 나갈 수 있게 됐고, 임원도 되었다"면서 "후배들이 총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정착화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재로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임원으로서 총회 여성임원을 역임한 경우는 김희원 장로(3년 연임 부회록서기) 홍기숙 장로(1년 부회록 서기) 권복주 장로(부회록, 부회계)가 총회 여성 임원으로서 섬겼고, 현재 민경자 장로가 부회록 서기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여성총대 중에서는 가장 경험이 많은 서울강남노회 이숙자 장로(동광교회)는 장로 장립 이후 바로 총대로 선출됐다. "처음에는 그저 조심스럽기만 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총회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이 장로는 "총회에서 발언하는 것도 조심스러웠지만 이제는 내 의견을 소신있게 밝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충청노회 박정순 장로(충북교회)는 "총회에 처음 참석하고 가장 놀랐던 것이 이석이었다"면서 "노회과 교회를 대표해 총회에 참석했는데 어떻게 자리를 비울 수 있나. 나는 한국교회 여성을 대표해 총회에 참석한 책임감 때문에 절대로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고 일침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 째 총회에 참석하는 평북노회 조연호 목사(세계선교훈련원)는 "여교역자 임원으로서 지난 10년간 방청단으로 참여했지만 총대로 총회에 참여할 때와는 또다른 책임감이 있었다"면서 "총회 흐름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으며 총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바르게 알 수 있어 교회나 단체에서 잘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제도적으로 노회에서 투표에 의해 여성총대에서 나온다는 것은 1%도 안된다"면서 평북노회는 3년 전 노회 여교역자회를 조직했고 이에 대한 결실로 총대 보내기 운동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사람의 발언도 중요하지만 힘을 모으면 여성총대 확대에 더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성위원회가 반드시 신설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참여하는 경안노회 박필옥 목사(명진교회)는 "여성총대 1%도 안되는 숫자가 안타깝다"면서 "이제 여성들이 총대로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교역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준연 목사를 비롯해, 7명의 총대들은 모두 처음이다. 이들은 대체로 "처음이라 잘 살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성들은 스스로의 실력과 능력, 여성 리더십을 위해 노력할 것과 적극적으로 총회에 관심을 갖고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무엇보다 법제화 된 정책이 필요하고 이와 관련한 '여성위원회'신설이 어느때 보다 필요하다고 뜻을 같이하고 있다. 아무쪼록 교계 내 '양성평등'의 확산과 이를 통한 남성들의 의식 변화,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다양하게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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