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바닥

[ 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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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22일(월) 11:15
98회 총회 앞둔 특별 기획 4.목회자 세습 반대, 법제화 되나

"목회자의 자녀나 가족이 대물림으로 교회를 이어가는 것을 방지토록 목회세습방지법을 제정해 달라."(경서노회)
 
"부모가 담임목사, 장로로 있는 교회의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연속해서 동일 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제안설명-교회세습 문제에 대한 교회 안팎의 신학적, 성경적, 윤리적 비판을 정당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헌의합니다." (평양노회)
 
"총회는 교회세습에 대하여 법적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해달라."(서울노회)
 
'교회세습'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월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시무)에서 열릴 본교단 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서울노회 경기노회 대전노회 순천노회 대구동남노회 경서노회 경남노회 평양노회(16일 현재) 등 8개 노회가 세습 반대 헌의안을 결의하면서 교단 차원의 향배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교단 관계자도 "교회세습 반대 논의는 총회 기획조정위원회에서도 연구하고 있어 98회 총회에서는 이에 대한 결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세습 문제가 총회의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총회장기발전연구위원회도 지난 19일 "담임목사 대물림, 세습금지법에 찬성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가족(아들, 부인)의 부목사 청빙, 장로 아들의 담임목사 청빙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요청으로 본교단 '담임목회 세습금지'를 심의하고 있는 총회 기획조정위원회(위원장:박기철)는 세습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기철 목사(분당제일교회)는 "기조위에서는 총회 임원회가 교회세습에 대한 입장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찬반 양론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교회세습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민감한 문제인 만큼 총회에서 올바른 결정이 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회세습과 관련해 교단 내 움직임뿐만 아니라 교단 밖과 사회적 반대여론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교단 소속 대형교회가 세습의혹을 받으면서 '본교단'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세습 시한폭탄'으로 지목됐다. 발화점은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가 지난 3일 개최한 '교회 세습 제보 결과 및 세습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었다. 각 교단과 교회의 세습실태 현황이 밝혀지면서 공론화됐다.
 
세반연은 1973년 첫 교회 세습을 기록한 D교회, 변칙세습으로 규정한 S교회, 세습의혹을 받고 있는 M교회, A교회, C교회 등을 거론하며 세습반대 법안 입법을 촉구했다. 본교단 98회 총회에 한국교회 세습논란을 종식시켜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세반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본교단에서는 6개 교회가 세습을 진행한 것으로 예상됐다. 또 세습한 초교파 61개 교회에서 28개 교회의 목사는 교단의 총회장이나 대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인사로 확인돼 교계 리더십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수준이 바닥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세습을 반대하는 신학자들의 주장도 적극적이었다.
 
김명용 총장(장신대)은 교수 시절 "세습은 공교회 정신에 위배되고, 교회 안에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주인이 있다는 의미"라며, 그러므로 "목회자의 세습은 교회의 모습을 치명적으로 파괴시킨다"며 세습과 같은 비난받을 만한 불의한 일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지난 2월 '교회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를 주제로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서 세습에 대한 조직신학적 고찰을 한 현요한 교수(장신대)도 "세습은 교회의 일치성과 거룩성, 사도성, 보편성을 훼손하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그리스도를 올바로 반영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세습을 감행한다면 한국교회의 신뢰성을 실추시키고, 복음전파를 더욱 어렵게 하며, 소금과 빛이 되는 변혁적 능력을 상실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는 "교회가 세습하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세습한 교회는 반드시 지탄의 대상이 된다"고 비판했다.
 
또 김지철 목사(소망교회)는 지난 4일 경주에서 열린 전국장로수련회에서 "교회 사유화를 막기 위해서 이번 총회에 특별법으로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좋겠다. 헌법 개정이 아니라 특별법이 바람직하다."고  공개적으로 총회 세습방지법 입법을 주장했다.
 
하지만 본교단의 중진 Y 목사는 "세습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아름다운 세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회를 맡아 성장시키고, 목회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목회자도 있다"며 "그렇기에 모든 담임목사직 대물림을 세습으로 비난할 수 없고, 법제화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본교단 A 목사는 "교회세습은 어떠한 근거나 이유를 불문하고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번 총회에서 총대와 지도자들이 눈치만 보다가 바른 판단을 못 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라며, "아무쪼록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방향, 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쪽으로 세습반대 입법 문제가 잘 결정 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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