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바캉스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7월 17일(수) 11:37
어제 신문 마감을 하고 늦은 밤 귀가하니, 아내가 수고했다며 최근 선물받은 허브 차를 끓여줘 함께 마셨습니다. 사실은 지난 주 16년 동안 함께 지내던 반려견이 노환으로 숨을 거둬, 아내의 마음이 조금 울쩍해 보이던 차라 저는 아내에게 우스개 소리를 했습니다. "여보, 세상에서 가장 추운 바다가 어디인지 알아?" "글쎄, 알라스카? 아니 북극해?" "아니, '썰렁해'라는데?"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정말 썰렁하셨죠?
 
이제 넌센스 퀴즈가 아니라 진짜 퀴즈를 한 번 내 보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바다는 어디일까요? 그 곳은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입니다. 이 바다의 깊이는 무려 1만1033미터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가 8848미터임을 감안하면 이 바다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이 가시겠죠. 에베레스트산 높이 보다 더 깊은 바다. 그 깊이에 담긴 물의 양, 상상이 가십니까?
 
1960년 1월 23일 오후 1시 6분. 스위스 엔지니어 자크 피카드와 미국 해군 중위 돈 월시를 태운 심해 잠수정 트리에스터호가 서태평양 바닥에 닿았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그 곳, 챌린저 해연의 발견이었습니다. 당시 캐나다의 한 시골마을에 살던 여섯 살 소년은 이 장면을 보며 바다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 소년은 영화 '타이타닉'의 제작자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입니다. 그는 당시 받은 감동으로 바다를 꿈꾸며 자라 바다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을 제작했던 것이죠. 실제로 지난 해 그는 챌린저 해연을 탐험하고 돌아왔습니다. 잠수정이 바닥까지 닿는 데 2시간 36분, 다시 물 위로 올라오는 데 60분이 걸렸다고 하니 그 깊이가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 그는 이 탐험 중 촬영한 자료들로 3D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물의 깊이, 수심은 어떻게 측정하는 걸까요? 그것은 소리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음향 측심기'라는 장비를 이용하여 음파로 수심을 측정하는 원리입니다. 음파를 해저에 쏘아서 그 소리가 되돌아오는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죠. 찬송가 중에 "내 주 하나님 넓고 큰 은혜는 저 큰 바다 보다 깊다" 는 찬송이 있습니다. 정말 주님의 은혜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보다 깊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의 깊이도 수심 측정기처럼 소리를 통해 측정할 수는 없을까요?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면 그 사람의 신앙의 깊이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전혀 은혜가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개를 젓게 되는 반면, 성령 충만한 사람의 입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마음 깊은  곳에서 듣고 그 말씀을 세상으로 투영시키는 믿음.
 
바야흐로 휴가철입니다. 휴가를 지칭하는 프랑스어 '바캉스'라는 말은 라틴어로 '빈 자리'를 뜻하는 '바누스(vanus)'와 '자유로워 지는 것'을 뜻하는 '버카티오(vacatio)'에서 비롯됐습니다. 올 휴가에는 내 마음 속에 빈 자리를 만들어 심령 가장 깊은 곳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고 참 자유를 누리시는 바캉스가 되시길 기대합니다. 기독공보는 다음 주 휴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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