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라파예트 교회를 다녀와서

[ 교계 ]

정재훈 목사
2013년 07월 03일(수) 15:50

[함께 생각하며]

미국 뉴욕의 라파예트 교회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하여 24세의 청년목사 언더우드(H.G Underwood)를 한국에 전도자로 보냈다. 그는 한국의 어머니교회인 새문안교회를 세웠으며 한국근세사에 위대한 인물로 김규식(金奎植) 박사를 배출하는 등 그의 선교업적과 교육공적은 필설로 운운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역사위원회는 이 사실을 검토한 후 위원들의 전원 찬성으로 그 교회를 선교기념 사적지로 지정할 것을 제97회 총회에 청원하여 허락 받았다. 마침내 지난 5월 19일 미국 현지에서 이 교회를 해외 선교기념 사적지(제1호)로 지정하는 예식을 거행했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입국한지 128년 만에 최초로 있게 된 역사적인 보은의 대사였다. 그 교회도 설립 156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온 교인 모두가 흥분할 만큼 좋아했다.
 
행사는 기념예배 겸 사적지 지정예식으로 진행돼 순서마다 감동적이었고 은혜스러웠다. 총회장 명의의 역사 기념지 동판과 기념패를 전달함으로 라파예트 교회가 제일 처음 우리나라에 선교사를 보내준 그 고마움을 천명했고 주님께 감사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없이 뜨겁게 영접해주는 칼멘 담임목사님과 전 교인들의 한결 같은 사랑이라 하겠다.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표징으로 거실 한쪽 벽면 넓이의 대형 태극기를 제작 설치해 놓아서 감개무량했으며 또한 뉴욕의 브루클린 시장이 감사장과 선물을 준비해 매우 감격스러웠다. 잠시였지만 우리들이 본 바로는 그리 넉넉한 교회가 아니었다. 전성기 때는 장년 3000명이 회집할 만큼 큰 교회였으나 현재는 교인 100명에 근접하는 정도였다.
 
교회가 위치한 지역이 할렘가로 변하게 됐기에 주종을 이뤘던 백인들이 떠나고 흑인 위주가 되다보니 오늘의 현실이 됐다는 통역자의 말이였다. 지난날에 비해 비교가 안될만큼 교인수가 줄어서 교세는 빈약해졌지만 손님을 대접하고 예배에 임하는 성도들의 품위를 볼 때 명문가의 후예다웠다. 교회당 전역을 관람하도록 안내하는 장로님이 수리중인 예배당 2층을 보여주었다. 막대한 수리비는 교회와 연관된 당사자들에게 분야별로 의뢰한다 하기에 우리 한국교회 특히 우리 총회도 한 부분을 맡으면 어떨까 문득 생각했다.
 
차제에 언더우드가 복음 들고 한국에 올 때 그 교회 맥스윌리암스 장로가 조선 선교를 위하여 5000불 희사한 것을 알아야 하겠다. 뿐만 아니라 같은 교회 그의 형 토마스 언더우드 장로가 보내준 선교비 10만 불로 당시 경기도 고양군 연희면 신촌에 19만평을 매입하여 연희전문학교를 세웠다. 이 학교가 오늘의 연세대학이다. 이와 같이 라파예트교회는 그지없이 척박한 불모지요 황무지인 조선 땅에 복음의 씨를 뿌려 싹이 나게 했고 줄기가 자라도록 갖은 정성을 다했다.
 
그 혜택으로 한국교회는 오늘날 지상 최대의 선교 대국이 됐다. 부족하지만 총회를 대표한 우리들에게 넘치도록 환대해 준 라파예트교회에 깊이 감사드리는 바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총회 해외사적지 지정이라는 가시적인 성과 외에 한국장로교회를 대표하는 우리 통합교단의 장자적 역사성을 타 교단에 한발 앞서 확보한 의의가 지대했음을 밝힌다. 또 한편 미국교회가 공들여 뿌린 선교의 씨앗 한알 조차도 잊지 않고 감사하며 기념하는 한국교회의 성숙함을 알리는 계기가 됐음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부언한다면 이번 일로 현지 한국 교인들에게는 모국교회에 대한 신앙의 자긍심과 역사의식을 고취시켰다 하겠다.
 
각필하면서 총회 결의를 이행할 수 있도록 PCUSA 총회와 관계자들에게 협조의 채널을 배려해주신 손달익 총회장님과 이홍정 사무총장님께 감사드린다. 해당 교회와의 사무적인 일정 조율과 영문번역, 항공편 마련 등 갖가지로 봉사해 주신 사무국 홍상범 차장님의 수고도 컸다. 덕분에 때마침 열리고 있는 뉴욕노회에 초청받고 참석하여 인사했고 한국교회의 위상을 소개할 수 있었다. 한국장로교인이 900만명이라고 하자 온 노회원들이 놀라워하며 감사의 박수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지면 관계상 필라델피아 장로교 역사관, 언더우드선교사가 졸업한 뉴브런스윅 신학교 초청 방문 보고는 약(略)한다. 불비(不備)한 필자를 도와 시종 동행하면서 순 자비로 이번 사역(使役)을 기획 총괄해 주신 역사위원회 전문위원 황기식, 손산문 두 목사님께 감사와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

정재훈 목사/총회 역사위원장ㆍ서부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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