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수용하며 새터민의 이웃이 되어 주는 교회

[ 교단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06월 28일(금) 11:19
함해노회 아가페교회(김병호 목사 시무)가 아직도 이땅에서 나그네인 것처럼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새터민들의 벗이 되어주고 있다. 1987년 창립한 교회는 '소외된 자들의 모퉁이돌이 되자'는 뜻의 한모퉁이교회로 시작해 1991년에 명칭을 변경했으며 처음 품었던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아가페교회는 제1대 최순남 목사 때부터 '예수의 문화를 창조하는 교회'로서 문화선교에 강점을 둔 교회였다. 지금도 J-Land 문화센터, B&B 도서관 KIDS Library, 북카페 등 전담기구를 운영하는 한편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이러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제2대 목사로 부임한 김병호 목사는 "우리 교회는 문화사역에 주력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었다"며, "우리가 가진 장점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하나센터를 통해 새터민들의 필요를 알게 됐다"고 새터민 지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 교회가 새터민의 벗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 데는 몇가지 계기가 더 있다. 지난 2011년 1월 첫째주일에 새터민들의 대모로 불리는 주선애 권사를 초청해 새터민들의 현황을 들으며 이해의 폭을 넓혔고 직접 행동을 취하기로 한 것. 이후 교회는 서울북부하나센터를 통해 "교회가 도울 일이 없겠는지" 물었고 유소년 축구 유망주인 한 새터민 학생을 소개받아 일본 전지훈련 비용을 지원했다. 김 목사는 "마침 딱 하루 전에 도움을 요청한 학생이 있었다고 해서 '우리 교회가 그 아이를 도우려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전지훈련 비용을 내야 하는데 마련할 길이 없어 전전긍긍 하는 상태였다"며, "그때의 후원이 계기가 되서 센터와 신뢰를 쌓고 협력해오고 있다"고 했다. 아가페교회가 지역의 새터민에게 매트리스를 선물한 일이나 중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한 것도 지역 공공기관인 하나센터와의 협력 관계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신학을 전공한 서울북부하나센터 이임순 사회복지사는 "교회 안에서 소통과 나눔이 활발한 것에 비해 교회 밖으로는 많은 나눔이 없는 것 같아서 속상한 맘이 있었다"며, "노원구에 많은 교회들이 있음에도, 작고 소소한 일 같지만 아이들에 대한 정을 끊지 않고 해마다 지원해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31일에는 보다 본격적인 몸짓으로 새터민의 벗 되기를 실천했다. 노원 지역 새터민 및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며 걷는 '사랑의 걷기대회'를 실시한 것. 교인들이 걷는 동안 김병호 목사와 당회원들은 하나센터를 방문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눴다. 매년 봄마다 바자회 수익금으로 소외된 자들을 위로해온 교회는 부활주일이던 이날 20여 명의 새터민을 직접 만났고 부활절 달걀 주머니와 함께 선물세트를 증정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새터민들의 상황은 각기 다양했다. 이미 안정적인 정착 단계에 들어선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탈북한 지 얼마 안된 사람도 있었고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걱정하며 단체 사진 촬영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터키 선교사 5년, 뉴질랜드 이민목회 5년의 경험으로 나그네를 환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김병호 목사는 "통계를 조사해보니 서울 거주 새터민 중 꽤 많은 비율이 노원 지역에 살고 있음을 알고 놀랐다. 50세 정도 나이가 지긋한 분이셨는데 한번도 여행을 가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분들에게 여행의 기회를 만들어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 소회를 전하며, "오히려 부담이 될까봐 일부러 교회로 초청하지 않고 직접 찾아갔다. 당장 우리 교회의 교인이 되길 바라는 것 보다 교회가 옆에 있음을 알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이웃'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새터민들과의 만남에 동행한 김숙희 집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동안 멀게만 느껴왔는데 앞으로 더 친근하게 마음을 나누고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직까지 아가페교회에는 등록한 새터민이 없다. 김병호 목사도 "기도하고 있지만 새터민 예배를 따로 마련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보다 시급한 과제는 '다름을 틀린 것으로 보지 않고 서로의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것"이라는 김 목사는 "너무 다른 생각과 체제 속에서 있다가 온 만큼 먼저 상호간에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한국교회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자 축복"이라고 했다. 그는 또 통일시대 주역이 될 다음세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와 조금만 다르면 쉽게 비난하고 따돌리는 청소년들에게 먼저 타문화에 대한 수용성을 기를 수 있도록, 예수님을 닮아 '화평케 하는 자'가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새터민 사역도 가시적인 지원 보다 문화적인 접근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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