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한국문화에 뿌리 내리는 문화목회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6월 27일(목) 17:00
문화목회를 실천하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장은 교회력에 따른 절기들이다. 예컨대 부활절은 지역사회와 더불어 하기에 여러모로 좋은 절기다. 보통 부활절 전에 고난주간이나 새벽예배에 집중하고 당일은 칸타타와 부활절 달걀로 마무리를 한다. 그러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활절의 기억은 사라지고 거리에 온통 걸려 있는 연등을 무심코 바라보게 된다. 여전히 외래 종교로 남아있는 기독교로서는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최근 가톨릭이나 불교가 문화를 통해 세상과 만나는 일에 열심이다. 서로 왕래하며 성당에서 스님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도 하고 산사에서 대중가요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조금 불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런 모습 속에서 문화적 유연성과 다양성을 보게 되는 것이다. 가톨릭은 토착화라는 이름으로, 불교는 전통문화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삶과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개신교는 아직도 한국인의 DNA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문화목회는 크게는 한국문화 속에 기독교적 가치를 뿌리 내리는 일이고, 작게는 동시대 문화를 통해 목회와 선교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장하는 것이다. 부활절은 '기쁨의 50일'을 지역사회를 위한 헌신과 봉사의 장으로 활용한다든지, 또 성탄절은 소외된 이웃을 향한 프로젝트를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기획하여 진행하다든지 하면 문화목회의 장이 넓어질 것이다.
 
최근 각 노회에서 문화선교위원회가 설치되고 총회와 협력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실 문화목회를 노회 차원에서 지원하고 돕는다면 대단히 효과적일 것이다. 노회는 지역의 다양한 주체와 자원들을 네트워킹하여 작은 지역교회들에게 공급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관이나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노회는 비생산적인 사업을 줄이고 문화목회에 헌신하려는 다음 세대의 목회자나 지역교회를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부활절이나 성탄절도 단지 교회들끼리의 연합예배 정도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지역축제로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의 문화 속으로 기독교적 가치를 뿌리내리게 될 것이다. 또 그래야만 한국문화 안에 하나님나라의 DNA를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축제의 형식으로 또 축제의 영성으로 기독교적 가치를 우리 민족의 문화 속에 깊이 드리우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영국의 그린벨트 축제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하는 이 축제는 매해 2만 명이 모여 '신앙, 문화, 정의'라는 모토로 기독교 축제를 즐긴다. 대안교회, 대안적 삶, 대안적 문화가 총 망라되어 한 자리에 모인다. 영국교회가 죽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 경험이었는데, 이들은 비록 제도적 교회의 종교생활과는 거리가 있지만 생활 속에서, 지역 속에서, 사회 속에서 기독교적 삶을 실천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사람들이 말하길 영국교회가 죽었다는 것은 교회당이 비었고 동시대 문화로부터 단절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성공회도 교회개척과 지역교회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각성하고 '선교형 교회, Mission-shaped Church'(2004)라는 보고서를 냈다. 교회개척을 '하나님나라를 모든 지리적 문화적 상황에서 표현하기 위해 하나님의 선교의 일부로서 신앙공동체를 생성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며, 이웃과 지역을 향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문화목회는 선교적 교회의 사명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며, 공공신학의 실천을 지역에서 구체화하는 하나님나라운동의 목회 프로그램이다. 우리문화 속에 뿌리를 내리고 한국적 목회를 구상하는 것이다. 한국적 상황 속에서 복음의 의미를 해석하고 그것을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게 빛을 발하여 동네의 어두움을 몰아내면 그 착한 행실을 본 동네 사람들이 하나님을 찬양하게 될 것이다(마 5:13~16).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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