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번성케하는 것 아닌 모두가 잘 사는길'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6월 21일(금) 10:02
충남 홍성 홍동면 '더불어 사는 삶' 실천 모범
믿는 공동체보다 지역 살리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경영연구원, 거룩한빛광성교회 장터사회적조합준비위원회는 공동으로 지난 18일 충남 홍성 마을활력소 협동조합을 탐방했다. 본보는 이번 탐방에 동행해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마을만들기 사업과 협동조합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홍성의 홍동면 사례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마을만들기와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상생하고, 삶이 질적 양적으로 풍요로워진 사례를 찾으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를 꼽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모델이 없을까?
 
솔직히 몬드라곤과 볼로냐 정도는 아니지만 이에 가장 근접해 있고,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곳으로 충남 홍성의 홍동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홍동면에는 사실 이렇다 할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치가 타지역에 비해 빼어나게 수려한 곳도 아니다. 이런 평범한 시골마을에 왜 전국에서 매년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다녀가는 것일까? 바로 협동의 경제를 통해 지역민들이 함께 협력하고 점점 더 살기좋은 곳이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경영연구원, 거룩한빛광성교회 장터사회적조합준비위원회가 지난 18일 진행한 홍성 홍동면 마을활력소 탐방 행사도 홍동면 사람들의 협동 경제를 통한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참여한 30여 명의 탐방 신청자들은 호우 특보가 발령될 정도의 우천 속에서도 적극적이고 활기찬 모습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날 탐방행사는 강의와 마을소개, 마을 현장 탐방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홍동면 마을만들기 경험과 역사, 현황'을 주제로 강의한 주형로 회장(홍성친환경연합회ㆍ마을활력소 공동대표)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협동의 마을로 발전해온 홍동면 주민들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주 회장은 자신을 이곳의 평범한 농부이자 이곳의 주민으로 소개하지만 홍동면이 유기농의 마을, 협동의 마을이 되기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졸업이 그의 최종학력이지만 그는 풀무학교 교장인 홍순명 선생으로부터 유기농을 권유받고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온 선구자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용공세력으로 오해받고 지역민들에게 소외당하는 등 말로 못할 서러움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1993년 홍순명 선생으로부터 오리농법을 소개받고 이를 적용해 농업에서의 성공은 물론,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유기농 열풍 속에서 전국구 스타가 되어 인기강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삶은 나 혼자의 부(富)를 번성케 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잘사는 길이었다. 그가 가르침을 받은 풀무학교의 '더불어 사는 평민'이라는 교훈이 그의 내부 속에 세포처럼 박혀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와 그의 동지들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웃들에게 유기농 쌀종자를 나눠주어 마을 전체가 유기농 마을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유기농 쌀 재배지역, '문당리 환경농업마을'로 불리게 됐다.
 
이날 강연에서 주 회장은 "사실 한국에서 쌀을 재배해서는 먹고 살기가 힘든데 우리는 유기농 쌀을 재배해 먹고 사는 몇 안되는 지역"이라고 홍동면을 소개하고, "관광지도 없는 이곳에 매년 몇 만 명의 사람들이 다녀가는 이유는 이곳에 이 시대의 정신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마을을 소개했다.
 
그는 문당리 환경농업마을의 성공의 이유로 △지역학교의 역할(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이 학교, 학교가 지역이라는 인식) △마을주민의 자주적, 능동적 참여 △계획과 준비(문당리 발전 100년 계획) △조직의 법인화(영농조합법인 설립 운영) △농민, 정부, 학교, 농협의 공조 △긍정적 생각과 희망을 가진 지도자 △농업생산의 공유(공동구매, 공동판매) △시대의 요구 등을 꼽았다.
 
주 회장은 기독교인들에게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저도 기독교인이지만 사실 교회가 먼저 변했으면 좋겠다"며, "믿는 사람들만의 공동체가 아닌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생활 속의 신앙공동체로 변할 때 지금의 실추된 교회의 이미지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교회가 마을만들기 참여 및 도농교회 협력 등을 적극 실천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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