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손양원 목사의 생애 속에 나타난 '자족의 삶'

[ 교계 ]

이홍술 목사
2013년 06월 18일(화) 16:42

6월은 나라를 위해 순국한 선혈들의 뜻을 기리는 달이다. 맥을 같이하여, 신앙의 본을 보인 순교자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에 필자는 순교자 손양원 목사에 대해 조명해 보고자 한다. 손양원 목사를 떠올릴 때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그만큼 그는 사랑의 대명사처럼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각인 되어 있다. 물론 사랑이 그의 삶 가운데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필자는 그의 사상들 가운데 '자족'이라는 요소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몇 가지로 정리 해 보려고 한다.

고통과 아픔을 감사로 승화시켰다.
 
모든 상황에서의 자유함은 아마도 자족에 있을 것이다. 자족에 대해 동양 종교에서는 욕망을 억제해야 한다고 하고 고대 헬라 철학에서는 지혜를 버려야 한다고 하였지만 기독교적인 입장에서의 자족이란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얻어지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손양원 목사는 신앙 안에서 자족의 삶을 살다 간 훌륭한 믿음의 선배이다. 그는 매 순간을 자족의 삶으로 채웠는데, 그중 순교당한 그의 두 아들 동인, 동신군의 장례식에서 그가 남긴 아홉 가지의 감사는 그 절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내용은 이렇다. "나 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의 자식을 나게 하시니 감사, 허다한 많은 성도 중에서 이런 보배를 나에게 주셨으니 감사, 3남 3녀 중에서 가장 귀중한 맏아들과 둘째 아들을 바치게 하시니 감사, 한 아들의 순교도 귀하거든 하물며 두 아들이 함께 순교하였으니 더욱 감사, 예수 믿고서 와석종신해도 복이라고 했는데 전도하다 총살 순교했으니 더욱 감사, 미국 가려고 준비하던 아들이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 갔으니 내 마음이 안심되어 더욱 감사, 내 아들을 죽인 원수를 회개시켜 아들을 삼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내 아들의 순교의 열매로써 무수한 천국의 열매가 생길 것을 믿으면서 감사,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고 이길 수 있는 믿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그는 자족하지 못한 육적인 근심과 걱정은 큰 죄라고 지적한다.

고난을 영광의 통로로 이해하며 감내하였다.
 
그는 신자에게 임한 고난들은 신자로 신자 되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선물로 알고 고난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자족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함을 밝힌다. 즉 "송죽의 명성은 북풍이 연단시켰고 황금의 진보는 화련으로 인함이니…, 넓은 바다에 파도의 쉴 날이 없겠고 큰 나무에는 바람도 많이 맞게 되리라. 행여나 내게도 고난이 많거든 이를 생각하고 기뻐하라. 고난을 꿀같이 달게 먹는 자가 되라…, 지상에서 두 번 돌아오지 못하는 세고 육고의 맛은 하늘의 천사도 부러워한다더라…, 우리가 안락을 도모치 말 것은 내 주님 맛보시지 않으신 세영과 육락을 내 어찌 감히 생각인들!" 세상에서도 귀한 보배들은 연단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신앙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고난을 하나님의 은총을 위한 전주곡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그는 주님께서도 세상에서 영광과 즐거움을 맛보시지 않았기에 자신도 이를 바라지 않으며 하나님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도 주님의 뒤를 따라 세영과 육락의 안락을 도모치 말고 자신에게 오는 모든 고난을 행복으로 승화시키고 자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였다.
 
슬프고 고단한 일들이 많으면 하나님을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손양원 목사는 예외적인 삶을 사신 분이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파도는 지혜 있는 사공을 만들겠고, 한설이 아니었더라면 송죽지절을 누가 알리요. 한설을 감인하니 매화는 아름답고 추상을 거쳤으니 국화는 향기롭다", "꽃 피고 새 우는 양춘가절에만 신애가 있을 뿐 아니라 백설이 분분한 엄동혹한 중에도 신애는 여전하며 오곡백과가 성죽 하는 양추 9월에만 신애가 있을 뿐 아니라 한천출배를 이루는 이같은 염천에도 신애는 여전하오니 금전옥루에서 산해진미를 먹어 신애를 찬미할 뿐 아니라 수간두옥속의 기한 질고 중에서도 신애를 찬양할지니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 하소서"하였다. 성도는 마땅히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나님께 감사해야 함을 밝힌 것이다. 그는 또한 "솔로몬의 부귀보다도 욥의 고난이 더욱 귀하고 솔로몬의 지혜보다도 욥의 인내가 더욱 아름답다"고 고백한다. 그 이유는 솔로몬의 부귀와 지혜는 후에 타락의 매개가 되었지만, 욥의 고난과 인내는 최후에 영화가 된 까닭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그렇다. 인간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행위의 범주와 행동의 양태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손양원 목사는 자신의 모든 삶을 자족에 초점을 두고 생활하였다. 그 결과 그는 순경이건 역경이건 다 수용할 수 있었고 오히려 극복하고 순교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이홍술 목사 / 평화로운교회ㆍ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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