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 예화사전 ] 예화사전

박노택 목사
2013년 06월 18일(화) 15:58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 어찌나 침착하고 명랑하고 확고한지 마치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간수들과 대화하는 내 모습이 / 어찌나 자유롭고 사근사근하고 밝은지 마치 내가 명령하는 것 같다는데 /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불행한 나날을 견디는 내 모습이 / 어찌나 한결같고 벙글거리고 당당한지 늘 승리하는 사람 같다는데 / 남들이 말하는 내가 참 나인가?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 나인가?  - 중략 -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나인가? 저것이 나인가? / 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 둘 다인가? / 사람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자신 앞에선 천박하게 우는 소리 잘하는 겁쟁이인가? / 내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이미 거둔 승리 앞에서 꽁무니를 빼는 패잔병 같은가?? / 나는 누구인가? 고독하게 던지는 물음이 나를 조롱합니다. / 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아시오니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오, 하나님!

본 교회 부임한지 두 번째 안식년을 보내고 1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대체로 우리교회 성도들은 참 착하고 좋은 편이다. 서민적인 교회라 큰 부자는 없지만 나름대로 헌금생활, 봉사, 선교활동에도 꽤 열심히 하는 성도들이 나는 참 좋다. 장로님들도 신실하고 겸손하여 나는 참 복 받은 목회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끔씩 성도들을 보면서 심란할 때가 있다. 별것 아닌 사소한 일에 상처입고, 불편해하며 때론 언성을 높여 다투기까지 한다. 이럴 때 참 당황스럽다. 어느 것이 저들의 참 모습일까?
 
에릭 프롬은 '인간은 천사인가, 악마인가?'라고 묻고 있지만, 저들의 모습을 통해 가끔은 내 자신의 모습을 본다. 내 눈에 비친 저들의 모습이 그렇다면, 저들(성도)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성도들은 목사님은 재밌고 은혜로우며 참 좋으시다고 말한다. 그러나 때로는 참 무섭고 엄격하다고도 한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 내 모습이다. 자문해 본다. 나는 어떤 목회자일까?
 
대답은 '나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봐도 어떤 때는 꽤 괜찮은 목회자 같지만 때로는 영 아니올시다라고 느낄 때가 있으며 이럴 때는 창피하고 부끄럽다.
 
하지만 사도바울도 이렇게 말했다.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롬 7:23) 주 예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사도 바울조차도 자신을 이렇게 정직하게 고백했다. 하물며 내가, 우리가….
 
이런 날은 오랜만에 본 회퍼의 '나는 누구인가?' 시(詩)를 읽으며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나는 누구인가.

박노택 목사 / 비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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