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국제적 망신도 자처

[ 기자수첩 ] 기자수첩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6월 17일(월) 13:17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제네바의 WCC 본부로 보낸 이메일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대표회장 명의로 지난 달 16일 제네바의 WCC 본부로 보낸 이메일에는 시종 WCC 총회를 반대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지만 내용 자체가 사실과 다른데다 절차도 무시하고 있어 허접하기 이를데 없다.
 
한기총이 '공문'이라고 규정한 이 문건은 WCC 홈페이지에 링크되어 있는 관리자 메일로 발송됐다. 공식적으로 공문을 접수한 것이 아니다보니 WCC로서도 답변의 수위를 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관리자 메일이라는 것이 광고성 메일을 시작으로 온갖 이메일이 쏟아져 들어오는 곳으로 자칫 스팸메일로 처리됐을 수도 있었다는 게 제네바 실무자의 설명이기도.
 
내용은 목불인견이다. 문건에는 뜬금없이 '규모의 논리'가 등장한다. "NCCK는 회원 교단이 9개인 반면, 한기총은 67개로 한국교회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한기총 회원 가운데 예장 합동 총회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군소교단이기 때문에 80%가 넘을 리는 없다. WCC를 종교 다원주의로 매도하는 것도 문제. 이미 WCC는 2011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을 비롯해서 로마 교황청과 함께 '다원종교 사회에서의 그리스도교 증언'이란 문서를 통해 "종교 다원주의를 용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기서 모순이 또 있다. WCC와 공동으로 문서를 발표한 WEA에 한기총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는 점. 2014년에 우리나라에서 WEA 총회를 열겠다고 열을 올리는 것도 한기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WCC 총회를 아무리 반대하고 싶더라도 '자기의 언행이 전후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는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지는 것은 무척 볼썽 사나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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